대빈창을 아시는가

누이의 죽음 - 3

대빈창 2017. 1. 13. 07:00

 

 

 

가족과 주위 분들이 쌍초상 나겠다고 우려하십니다. 어머니는 주위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가장 좋은 베옷을 입혀 보내라고 작은형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발인도 참석 못하고 어머니와 아침배로 섬에 들어왔습니다.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급하게 쌀을 씻어 밥을 안쳐 1시배에 올랐습니다. 승화원에서 화장을 마친 누이 유골이 담긴 토기를 장례식장과 강화도 포구 중간지점에서 작은 형을 만나 건네받았습니다. 형 가족과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나누고 서로 길을 헤어졌습니다. 어차피 배가 떨어져 섬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깊은 물속에 누운 것처럼 초저녁부터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매화나무 주변은 텃밭의 콩 수확을 하고 남은 콩대로 덮여 흙이 얼지 않았습니다. 흙살이 부드러워 삽날을 잘 받았습니다. 누이를 묻고 콩대를 덮었습니다. 유골함과 함께 작은형은 장례를 치르고 남은 비용 200만원을 건넸습니다. 어머니는 100만원을 뚝 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돈은 누이동생 좋은 데 보내달라고 교회에 기도해달라고 헌금할 께.”

 

어머니는 섬에 들어오시기 전 읍내 성당을 주말마다 찾으시던 천주교 신자이셨습니다. 어머니의 영세명은 방지거 이십니다. 저는 다시 울컥 가슴이 메였습니다. 어머니 믿음의 유연성은 이렇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저의 편협한 종교관이 부끄러웠습니다. 나머지는 어머니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 드려야겠습니다. 와비석(臥碑石)은 9년 전 아버지 비석을 맞춘 석재에 다시 부탁했습니다. 오석(烏石)으로 유명한 지명을 상호로 삼은 돌 다듬는 가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아버지 비석과 십자가 문양이 조금 다릅니다. 돌가게 주인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아버지 비석의 십자가 문양은 개신교식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믿음에 비추면 그게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누이는 남은 가족에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겼습니다.

 

“에구, 자기 몸이나 고치지. 죽는 지도 모르고 돈만 싸안고 있었구나. 불쌍한 것.”

 

통장을 내놓자 어머니가 서럽게 우십니다. 주말 작은형네 세 식구가 섬을 찾으면서 두 통의 막걸리를 챙겼습니다. 아버지와 누이는 한 평생 입에 대지도 못 한 막걸리를 드시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돌아오면 아버지와 누이가 잠든 나무 주변은 봉숭아꽃이 만발하겠지요. 빨강·하양·엷은 보라·분홍 등. 어머니는 고명딸에게 눈길을 주며 텃밭을 가꾸실 것입니다. 누이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모녀가 아닌 자매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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