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5

대빈창 2017. 1. 19. 05:45

 

 

 

위 이미지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현관문 앞에 세워 둔 보행보조기에 올라앉아 어머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광경입니다. 녀석들은 이제 뒷집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집 어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두 놈은 밤낮을 우리집 뒤울안과 현관문 앞에서 식구를 기다리거나 평상에 앉아 해짧은 겨울 해바라기를 합니다. 하루 중 두 번 자기 집으로 향합니다. 뒷집 형수가 녀석들의 끼니를 챙기는 아침저녁입니다. 노순이와 재순이는 자기집에서 요기를 하고 부리나케 우리집으로 내달립니다. 끼니때가 돌아오면 뒷집 형수가 녀석들을 부르거나, 어머니가 보행보조기를 밀면 녀석들이 알아서 따라 다닙니다. 겨울이라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신 어머니가 바깥에 나서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를 졸졸 따라 나섭니다.

 

"아니, 이 녀석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와야지, 할머니가 녀석들을 모시고 오시네요."

 

걸음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보행보조기에 올라 타 편안하게 자기집에 돌아 온 녀석들을 보고 뒷집 형수가 박장대소 합니다. 녀석들의 청각은 고성능레이더를 방불케 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을 안치고 보일러 가동을 점검하려 현관문을 밀치면 언덕배기 닭장에서 노순이와 재순이가 마구 뛰어옵니다. 나를 앞질러 뒤울안을 돌아 부엌 샛문 앞에 얌전히 앉아 간식거리가 던져지기를 기다립니다. 고양이들은 야행성이 확실합니다. 산자락에 폐그물을 두르고 놔먹이는 닭장이 녀석들의 사냥터입니다. 닭 모이그릇에 수북한 겨를 노리는 들쥐를 노순이와 재순이가 지켜내고 있습니다. 두 고양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녀석은 진돌이입니다. 생선을 발라먹은 가시와 밥물에 찐 말린 망둥어의 머리와 지느러미가 두 녀석의 군것질거리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척추협착증과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 병원을 나섰을 때 죽은 누이가 마련한 보행보조기입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어머니께 의사는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권했습니다.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시며 질겁하셨습니다.

 

“앞으로 살면 얼마를 더 살겠다고.”

 

녀석들의 재롱에 모자뿐인 고적한 집에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녀석들은 덩치만큼 모든 것이 대조적입니다. 어릴 적 암놈으로 알았던 재순이는 수놈이었습니다. 덩치가 노순이의 두 배입니다. 작은 노순이는 품에 얌전히 안기지만, 덩치 큰 재순이는 어서 내려달라고 앞발을 버르적거립니다. 노순이는 앙칼진 금속성으로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조르지만, 재순이는 게으르게 몇 번 웅얼거리다 평상에 몸을 길게 누입니다. 노순이는 부엌에 불이 켜지면 재빨리 샛문앞 깔방석에 앉지만, 미련하고 요령 없는 재순이는 어두운 문 앞에서 줄창 기다립니다. 노순이는 끈질겨서 입안에 무언가 들어가야 발길을 돌리지만, 재순이는 금방 포기하고 다른 짓거리에 정신을 팝니다.

봉구산 옛길 산책에 오르신 어머니를, 닭장에서 소일하던 녀석들이 맹렬하게 뒤쫒아갑니다. 노순이와 재순이가 경쟁적으로 보행보조기에 올라 앉았습니다. 녀석들은 뛰어 내리고, 달려가고, 다시 올라타고, 뒤처져 장난치다 다시 어머니의 보행보조기에 냉큼 올라탔습니다. 6시 알람소리에 깨어, 아침밥을 밥솥에 안치고 건강관리실로 향했습니다. 1시간 뒤 언덕을 오르는데 멀찍이 닭장 부근에서 야 ~ ~ 옹, 야~ ~ 옹. 소리가 들려옵니다. 두 녀석의 실루엣이 가로등 불빛에 어른거렸습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나를 앞질러 뒤울안으로 내달립니다. 녀석들은 부엌 샛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 얌전히 앉아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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