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고명딸을 잃은 상실감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막내고모집에 몸을 누이기로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유일한 혈육인 이모가 문상을 마치고 서울에 되돌아가시려 합니다. 나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이종사촌과 함께 막내고모가 살고계신 면소재지로 향했습니다. 저녁 한 끼 대접해 드려야겠습니다. 면소재지는 김포한우맛집 다하누촌 마을이었습니다. 막내고모까지 한식당에서 메뉴판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 특갈비탕을 주문했습니다. 큰 갈비 두 대가 통째로 그릇에 담겼습니다. 가위와 집게로 뼈다귀에서 고기를 발라내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음식 맛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식당문을 나서자 진돌이가 생각났습니다. 살점을 발라 낸 큰 한우갈비 10대를 비닐봉지에 담아 적재함에 던졌습니다. 이모 가족은 집으로 향하고, 어머니를 막내고모댁에 모시고,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섬의 일상으로 돌아오자 진돌이 몫인 한우 갈비뼈가 생각났습니다. 위 이미지는 창고 슬라브 지붕에서 진돌이를 내려다 본 광경입니다. 진돌이 집 앞에 잔설이 남았습니다. 집이 북향이라 진돌이의 창고 방은 응달져 추위 고생이 여간 아닙니다. 갈비뼈 한 대를 던져주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며보니 녀석은 돌축대에서 무언가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다다르니 진돌이는 먹다 남은 뼈다귀를 땅에 묻고 있었습니다. 언 땅이 제대로 파질 리가 없습니다. 뼈다귀에 정신이 팔린 녀석은 이틀 전 어머니가 준 음식물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음식물을 텃밭에 묻으려 내려가니 하수도 파이프 틈에 뼈다귀가 보였습니다. 녀석이 땅이 파헤쳐지지 않자 숨긴 것입니다. 나는 뼈다귀를 빼내 녀석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창고 안 밥그릇을 챙기려 녀석에게 다가서는 순간, 난폭한 맹수로 돌변한 녀석이 종아리를 물었습니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습니다. 구급함의 요오드액을 발랐습니다. 본능적으로 먹이를 빼앗는 적에게 이빨을 드러냈지만, 순간적으로 녀석을 멈칫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반려동물(?)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뒷집 덩치 큰 고양이 재순이는 찐 망둥이 머리를 얼른 주지 않았다고 손가락을 물었습니다. 선창가는 길 애완토끼 털북숭이와 절름발이는 먹이감인줄 알고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진돌이는 뼈다귀에 손댔다고 종아리를 물었습니다. 진돌이에게 저만 당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누이와 작은 형도 삶은 곯은 달걀의 껍질을 벗겨 녀석에게 건네다 물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진돌이는 순하지만 진돗개였습니다. 뼈다귀 한 대를 던졌습니다. 시멘블록에 메인 목줄 가까이 뼈다귀가 놓였습니다. 진돌이가 고마운 눈길로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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