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2016년 12월 31일 오후 5시 5분 대빈창 해변 해넘이 풍경입니다. 일몰시각은 5시 25분이었지만, 제방을 따라 산책을 하던 나는 서둘러 손전화를 꺼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절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무인도 분지도를 비켜서서 떨어지던 병신년의 마지막 해가 수평선에 드리운 거무스레한 막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장렬한 산화는커녕 노을도 흩뿌리지 못한 채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포스팅을 신년 해돋이가 아닌 지난해 해넘이로 잡은 것은 말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2016년 12월 31일 마지막 날 10차 촛불집회 행사는 '송박영신(送朴迎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는 뜻입니다. 두 달 동안 10차의 촛불집회는 연인원 집회 참석자수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저는 국회 탄핵 가결의 고비였던 12월 3일 6차 촛불집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만이 민주주의 국가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230만 명의 촛불은 새누리당 비박을 탄핵 대열에 끌고 나왔고, 박근혜 똘마니들과 갈라서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헌재 탄핵 인용을 앞둔 촛불집회. 저는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가겠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힘을 정치판 양아치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4년 전 겨울. 글을 모르시는 이모님의 예언이 떠오릅니다.
“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야.”
이모님은 그 연세의 노인네들처럼 일생동안 투표 때마다 1번을 찍으신 분입니다. 18대 대선. 이모님은 처음 2번에 도장을 눌렀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 말씀 드릴 것은 저는 여성 혐오를 경멸하는 자칭 진보주의자입니다. 현 시국이 얼마나 통쾌하면 글 모르시는 이모님의 예언(?)적 발언을 떠올렸겠습니까. 병신년은 빨간원숭이띠였습니다. 상징색이 빨강인 새누리당이 쪼개졌습니다. 독재자는 어리석음으로 권좌에서 원숭이처럼 떨어졌습니다. 백남기 농민 공권력 타살, 고고도 미사일 체계 사드 배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록적 폭염, 김영란 법 시행, 중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경주의 지진 발생, 친미와 독재 찬양 일색 국정교과서, 대구 서문시장 화재, 여소야대 20대 총선. 시대착오적 힘의 논리의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 3000만마리 가금류 살처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나뿐인 누이동생의 소천(召天). 서민의 삶이 끝없이 도탄에 빠졌던 2016년 병신년이 저물었습니다.
2017년 새해 정유년을 시작하면서 박근혜 집권시절, 절필했던 시인 안도현의 등단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의 마지막 연을 마무리로 삼습니다. 아! 촛불집회의 농민선봉대가 《전봉준 투쟁단》 이었습니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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