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4

대빈창 2016. 12. 2. 07:00

 

 

 

위 이미지는 요즘 아침밥상머리에서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절기는 소설을 지나 대설로 향하고 있습니다. 6시 알람소리에 눈을 부비며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쌀을 씻어 압력밥솥에 앉히고 현관을 나섭니다. 짙게 드리운 검은 장막 점점이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있습니다. 언덕 위 집에서 대빈창 해변 가는 길과 느리마을로 향하는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대빈창 해변을 돌아오는 아침 산책은 보름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염려하시는 어머니 말씀을 따라 추운 계절 산책을 런닝머신으로 대신합니다. 마을 가운데 건강관리실로 향합니다. 벽면 TV에 눈길을 주며 십리(4km)를 걷고 집에 돌아오면 7시가 됩니다. 녀석들의 귀는 아주 예민합니다. 식탁에 밥상을 차리는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녀석들이 조르기 시작합니다. 발린 생선가시나 말린 망둥어의 지느러미나 머리 부분이 녀석들의 간식입니다. 뒤울안으로 통하는 샛문을 열자 재순이와 노순이가 제집처럼 부엌으로 머리를 들이밉니다.

녀석들은 언제부터인가 뒷집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집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뒷울안 평상에 녀석들의 잠자리가 두 군데나 마련되었습니다. 헌옷을 깐 두 개의 스티로폼 박스가 평상 위아래에 놓였습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낮 동안 햇살을 쬐는 평상 위 요람과 바람꼬지로 급격히 기온이 내려가는 밤을 보낼 평상 밑 침대입니다. 여명이 터오며 날이 밝아지자 어머니는 녀석들을 데리고 뒷집으로 향합니다. 

 

“애들아, 밥 먹으러 가자.”

 

녀석들이 강아지처럼 어머니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다 앞서 뛰어갑니다. 뒷집 형수가 길들인 녀석들의 식성은 밥보다 김치쪼가리나 감자, 무쪽을 좋아합니다. 생선 꼬랑지도 없을 때 찌개 속 무 쪼가리나 국그릇의 감자를 주어도 녀석들은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댑니다. 아침저녁 두 끼를 녀석들은 제집에서 먹습니다. 아니, 어머니가 그렇게 길들였습니다. 녀석들은 밥만 제집에서 먹을 뿐이지, 우리집에서 잠을 자고, 간식을 먹고, 하루 종일 어머니와 시간을 보냅니다. 어머니가 집안에 들어오면 녀석들은 보행보조기에 올라가 웅크리고 있거나, 평상에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요람에서 낮잠을 즐깁니다. 노순이의 다리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습니다. 털빛도 윤기가 흐릅니다. 재순이는 비만고양이로 전락했습니다. 눈에 띠게 녀석이 게을러졌습니다. 녀석들과 한 배 형제인 검정 고양이는 낮가림이 심합니다. 녀석은 항상 뒷집 울안에서 얌전히 해바라기를 합니다. 뭍에 출타한 주인을 기다리며 끼니를 챙기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는 안쓰런 녀석. 노순이와 재순이가 평상에서 어머니께 재롱을 떨며 귀여움 받는 것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녀석이 쓸쓸히 발길을 돌립니다. 외톨이가 된 녀석이 자꾸 애틋해집니다. 녀석의 이름을 검돌이라고 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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