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노순이의 오른 앞다리 무릎 관절의 상처가 깊습니다. 몸이 약한 녀석이 절뚝절뚝 힘겹게 몸을 옮깁니다. 노순이에게 린치를 가한 범인은 감나무집 고양이입니다. 새끼 고양이의 자지러지는 비명에 놀라 뒷집 형수가 기겁해 부엌에서 뛰쳐나갔습니다. 프라이 판에 담긴 밥을 먹던 노순이에게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덩치 큰 노란 고양이가 줄행랑을 놓았다고 합니다. 겁에 질린 노순이는 콩밭에 몸을 숨겼습니다. 감나무집 형수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굶어야 쥐를 잡는다는 지론입니다. 녀석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웃집 새끼 고양이의 밥을 탐냈습니다. 주인의 눈길이 멀어진 틈을 타 재순이와 노순이의 밥을 훔쳤습니다. 녀석은 쥐잡는 노고가 귀찮아, 이웃집 새끼 고양이들의 밥에 길들여졌습니다. 무엇이 못마땅한지 밥그릇 주인 노순이에게 테러까지 저질렀습니다. 식탐이 강한 재순이는 몸피가 커 어쩌지 못하고, 입이 짧아 덩치가 작은 노순이가 해꼬지를 당했습니다. 뒷집 형수가 약을 발라주고, 재순이가 혀로 핥아 노순이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렀습니다. 다리를 절며 녀석이 오랜만에 우리집에 마실을 왔습니다. 녀석은 어머니를 무척이나 따릅니다. 작은 머리를 발치에 부비며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엾은 노순이.
“짐승들도 지 살 궁리는 다 하는 법이란다.”
산책에서 돌아와 근 열흘 만에 토진이를 보았다는 저의 말에 어머니의 답이십니다. 토진이가 아지트인 대빈창 해변 제방 끝 삼태기 지형 공터에 다시 나타나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추석연휴 대빈창 해변에 들이닥친 인파로 녀석이 겁먹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람들은 애완견이나 반려견을 데리고 대빈창 해변 산책을 즐겼습니다. 목줄 없는 개들은 천방지축 제멋대로 날뛰었습니다. 위기를 감지한 영리한 토진이는 산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몇 년 동안 쌓인 낙엽으로 산속 바닥은 풀이 자라지 못합니다. 녀석은 분명 마른 나뭇잎으로 목숨을 연명했습니다. 녀식이 눈에 뜨이지않자 저의 애만 탔습니다. 절기는 추분을 지나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를 향합니다. 토진이는 이때 신선한 풀을 맘껏 포식합니다. 다행입니다. 녀석이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기특한 녀석이 추운 계절을 이겨내려 살을 찌우는 중입니다. 토진이는 요즘 들풀의 열매를 즐겨 찾습니다. 아마! 추위를 이겨내려는 단백질 섭취로 여겨집니다. 기특한 토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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