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월요일) 여명이 터오는 대빈창 해변입니다. 놀랍게도 이날 물높이는 연중 가장 높은 926cm입니다. 단순한 저는 유두사리나 백중사리가 바다가 가장 많이 부푸는 날로 알았습니다. 마을에서 바닷가에 닿으면 좌우 500m로 1km의 대빈창 해변이 펼쳐집니다. 해변 야영장은 텅 비었습니다. 추석연휴 대빈창 솔숲에 텐트를 치고 밤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얌체족들이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섬의 물 빠지는 시간과 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외지인들입니다. 밤물의 간조기는 마이너스 물때입니다. 포터를 대고 소라와 벌떡게를 며칠간 싹쓸이하려 해변에 머물렀습니다. 주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눈총만 흘길 뿐입니다.
평상시와 같이 추석 연휴에 저의 아침저녁 대빈창 산책은 변함 없습니다. 아침 6시 30분 여명이 밝아옵니다. 해변에 닿자 저는 곧장 좌측으로 몸을 틉니다. 제방이 끝나는 삼태기 지형은 역진화에 성공한 애완토끼 토진이의 아지트입니다. 풀을 뜯느라 오물거리는 녀석의 재빠른 입놀림이 보고 싶습니다. 바다에 떠있는 섬은 서도의 무인도 9개 중 하나인 분지도입니다. 분지도는 주문도의 서쪽에 자리 잡았습니다. 분지도 너머는 드넓은 서해가 펼쳐져 끝은 중국대륙입니다. 너른 바다를 건너 온 물결이 대빈창 해변 제방에 흰 포말로 부서집니다. 보폭을 넓히고 걸음을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몸을 가장 많이 부풀린 바다가 제방을 때리고, 흰거품을 산책로 위로 쏟아 부었습니다. 이곳에만 파도가 제방에 닿지 못하고 모래밭에 슬그머니 제 꼬리를 사렸습니다.
제방은 일직선입니다. 폭좁은 사구에 갈대와 강아지풀 염생식물인 수송나물, 갯방풍, 해홍나물, 갯그령이 자리 잡았습니다. 풀들은 세찬 바닷바람에 잔뜩 몸을 움추렸습니다. 일직선으로 뻗은 500m 제방에서 여기에만 반원형으로 모래가 쌓였습니다. 파도는 왜 와 닿지 못하는 것일까요. 분지도의 힘이었습니다. 파도는 여기까지 밀려와 분지도에 막혀 흩어졌습니다. 분지도는 제방과 직각이 아닙니다. 서쪽으로 200m 아래 자리잡았습니다. 아둔한 나는 지구의 자전 영향으로 짐작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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