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여자를 상아로 조각하여 실물 크기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런 여인과 결혼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에 아프로디테가 그의 기도에 응답하여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그 여인상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Daum 백과사전에서) 이에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고 합니다.
아침 산책에서 위 이미지를 건져 집으로 돌아오며 떠올린 그리스 신화입니다. 토진이가 조각상처럼 사석더미위에 그럴듯하게 포즈를 잡았습니다.
“나 요기 올라왔으니까, 사진 찍어 줘.”
사진을 보신 어머니의 말씀이십니다. 어머니는 주변 짐승들인 진돌이, 새끼 고양이, 흑염소와 녀석들이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화를 하십니다. 오늘도 토끼 봤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아침산책에서 만난 토진이의 행동거지를 세세하게 보고(?) 드렸습니다. 여느 날처럼 토진이의 아지트인 대빈창 해변 제방 끝 삼태기 지형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이슬묻은 풀을 씹던 토진이가 웬일인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습니다. “저 녀석이 오늘따라 무슨 일이지.” 나를 지나친 토진이가 사석더미 뒤 아까시숲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나는 반환점 바위벼랑에 손을 짚고 되돌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토진이가 아까시 잎사귀가 드리운 바위 위로 깡총! 뛰어 올랐습니다. 손전화를 들이대자 녀석이 포즈를 취하는 자세로 기다렸습니다.
“이제 토끼가 매일 사진 찍는 것을 아나보다. 참 별꼴도 많다.”
어머니는 토진이가 멋있게 자기 모습을 찍어 달라는 제스처로 보셨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 비가 그치는 아침저녁. 토진이는 영락없이 그 시간 그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토진이는 습기 많은 대기로 눅눅한 몸을 말리러 바위에 올랐을 지 모릅니다. 어머니 말씀도 맞습니다.
“니께 보여주려 토끼가 어디 갔다가도 그 쯤이면 거기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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