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대빈창 2016. 7. 21. 06:05

 

 

 

뒷집 새끼고양이 자매 재순이와 노순이입니다. 산책을 나서는데 녀석들이 뒷집 울안에서 놉니다. 녀석들은 배나무에서 즐겨 놀았습니다. 자매를 안아 배나무에 올려놓고 손전화 사진을 찍었습니다. 뒷집 형수를 따라 우리 집에 마실 온 녀석들은 이름 없이 나비야! 나비야! 하고 불렸습니다. 녀석들은 강아지처럼 발길에 채일 정도로 형수를 따라 다닙니다. 나는 즉석에서 녀석들의 털빛을 따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잿빛 놈은 재순이, 노란 털빛 녀석은 노순이입니다. 덩치가 조금 큰 재순이가 언니로 짐작됩니다. 녀석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달합니다. 두 손으로 안으면 어서 내려달라고 앞발을 버르적거립니다. 노순이는 조용하고 얌전합니다. 가슴에 안아주면 가만히 폭 안겨옵니다. 노순이는 항상 재순이 뒤꽁무니를 쫒아 다닙니다.

형수 부부가 뭍에 나가며 녀석들을 어머니에게 맡겼습니다. 녀석들은 이틀을 우리 집에서 묵었습니다. 사람 손을 타는 녀석들은 뒷울안 평상에서 고추·마늘·양파를 담드는 어머니 앞에서 재롱을 떱니다. 아랫집 할머니도 오셔서 녀석들의 재롱잔치에 박수를 치십니다. 재순이는 고집도 셉니다. 어머니가 파리채로 녀석을 띠 밀면 한사코 앞발로 파리채를 후려칩니다. 녀석은 한 성질하는 새끼고양이입니다. 놀다 지치면 녀석들은 평상위 잡동사니에 아무렇게 얹힌 헌잠바에서 낮잠을 잡니다.

어둠이 내리자 어머니는 녀석들을 현관에 들였습니다. 녀석들은 마루턱 발판에 깔린 수건에서 서로 작은 몸뚱이를 의지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어머니 말씀대로 낯선 잠자리지만 끽! 소리하지 않았습니다. 불찰이었습니다. 새끼고양이들은 뒤를 비닐 장판에 보았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어머니는 똥·오줌을 치웠습니다. 둘째 날 해가 떨어지고 평상에서 노는 녀석들을 내버려 두었습니다. 녀석들의 배설물이 곤혹스러워 헌잠바에 잠자리를 마련하기 바랬습니다. 그런데 조그만 두 녀석이 어제의 잠자리를 찾아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야옹! 야옹! 보챘습니다. 어머니는 녀석들이 안쓰러운지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여지없이 어머니는 녀석들의 뒤를 처리했습니다. “그래도 어제 밤은 똥만 누웠네.” 사흘 째 되는 날 저녁배로 들어 온 형수가 녀석들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구. 이놈들이 괄세하거나 구박했으면 큰일 나겠네.”

뛰어놀기에 정신없는 녀석들은 뒷집에 마실가신 어머니를 본체만체합니다. 섭섭함이 묻어 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며칠 후 형수 부부가 또 뭍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하루만 묵다 돌아온다고 합니다. 연속극이 끝나자 어머니는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막내야. 이리 와 봐.”

안방에 건너가자 열려진 창문으로 야옹! 야옹! 녀석들이 어머니를 찾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소리입니다.

“오늘은 그냥 놔둬 보세요.”

다음날 아침 산책에서 돌아오자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호미를 찾으러 뒷울안에 돌아서니 녀석들이 반갑다고 야옹! 하더구나. 녀석들은 헌잠바를 이불삼아 이웃집에서 세 번째 밤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녀석들의 아침밥을 챙겨 뒷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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