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2

대빈창 2016. 9. 12. 04:41

 

 

 

노순이가 방충망이 뚫어져라 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재순이가 출입문 턱에 앞발을 올려놨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아침 7시. 두문불출하던 녀석들이 어쩐 일로 우리 집에 마실을 왔을까요. 분명 뒷집 사람들이 출타하여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봉구산 자락 옛길에 올라서자 붙임성 좋은 노순이가 나타났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입이 짧은 노순이가 오늘따라 식히려고 내놓은 진돌이 밥에 매달려 억지로 떼어놓으셨다고 합니다. 진돌이 밥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어머니는 노순이의 식탐에 겁이 났습니다. 근 열흘 전 이웃집 나드리를 온 녀석들에게 어머니는 진돌이 끼니로 장만한 우럭지지미를 내주었습니다. 조그만 녀석들이 배가 빵빵하도록 먹어 대견했는데 그만 탈이 났습니다. 두 녀석이 설사를 시작하더니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기운이 빠져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누워있습니다. 뭍에 나갈 일이 생겨 동물병원에 들러 녀석들의 약을 챙겼습니다. 다행히 녀석들은 약을 먹고 설사가 멈추자 기운을 차렸습니다. 어머니는 진돌이 밥을 탐하는 노순이를 밖에 내놓고 방충망을 닫았습니다. 그때 재순이가 뒤늦게 나타난 현장이 위 이미지입니다.

입이 짧은 노순이는 자매 재순이 덩치의 반 밖에 안됩니다. 사람을 따르는 붙임성은 노순이가 윗길입니다. 녀석은 어머니와 저를 길거리에서 만나면 마구 달려와 발목에 얼굴을 부빕니다. 재순이는 멀리서 야옹! 야옹! 아는 체를 합니다. 녀석은 언제나 사람보다 먹거리가 우선입니다. 자기집 울안에서 빈 그릇을 핥다 노순이가 안보이자 그제서 나타났습니다. 뒷집 형네 부부는 아침 일찍 고추밭에 나가 익은 고추를 따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녀석들은 자기집에 사람이 있으면 우리 집에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제 말에 크게 웃으시며 박수까지 치십니다.

 

“노순이, 재순이는 우리 집을 식당으로 아나 봐요. 뻔뻔하게 지 집에 사람이 없어야 놀러 오잖아요.”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0) 2016.09.29
분지도의 힘  (0) 2016.09.26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11  (0) 2016.08.04
뒷집 새끼 고양이  (0) 2016.07.21
진돌이는 순하다.  (0) 201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