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울안과 이어진 봉구산의 관목 덤불에서 폴짝폴짝 뛰는 새들은 머리에 관을 썼다. 표지 그림을 보고 나는 손뼉을 쳤다. 서둘러 백과사전의 후투티를 검색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여름철새로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졌고, 머리 꼭대기 장식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후투티의 덩치였다. 몸길이 약 28㎝, 날개길이 약 15㎝ 였다. 내가 본 새들은 참새만 했다. 그럼 후투티를 닳은 녀석들은?
2015년 1월에 올린 『후투티를 기다리며』 리뷰의 마무리 구절입니다. 『우리 새 백 가지』를 펼쳤습니다. 녀석들은 노랑턱멧새입니다. 후투티보다 작은 놈들은 머리에 뿔 모양의 장식깃을 단 우리나라의 흔한 텃새입니다. 작년 여름 나는 진짜 후투티를 보았습니다. 행운입니다. 폭양에 달아오른 인적 없는 선창가 아스팔트를 터벅터벅 걷는데 거짓말처럼 후투티 한 마리가 20여m 앞에서 깡총깡총 뛰어 다녔습니다. 그렇습니다. 녀석은 이 땅에서 흔히 보는 텃새들과 달리 우아한 몸맵시를 자랑하였습니다. 인디언 추장 머리처럼 장식했습니다. 등과 날개의 검고 흰 줄무늬는 품위가 있었습니다. 아쉽게 그날따라 손에 휴대폰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자의 체험적 생태수필 2탄 『금낭화를 심으며』를 4월에 책씻이했습니다. 배달사고로 같은 책 두 권이 왔습니다. 체험적 생태수필 1탄 『후투티를 기다리며』는 제본에 하자가 있었습니다. 인쇄 불량으로 열 쪽이 넘게 백지였습니다. 나는 뒤늦게 출판사에 전화를 넣었습니다. 〈도서출판 따님〉은 흔쾌히 새 책을 보내 주었습니다. 지금 책장에 4권의 책이 어깨를 겯고 있습니다.
뽕나무밭 주변에 흔히 서식하여 오디새라고 불리는 여름철새 후투티의 이미지를 드디어 잡았습니다. 작년 그때 그곳이었습니다. ‘알게 되면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기다리면 끝내 나타난다’는 말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녀석일까요. 해안도로 왼쪽 절개지 옹벽아래 폭 좁은 텃밭입니다. 두둑에 토란이 심겼습니다. 밭 가장자리에 옥수수와 들깨가 키를 늘입니다. 녀석은 아주 민감했습니다. 화려한 치장이 부끄러운 것일까요. 숨은 그림 찾기가 되었습니다. 보호색으로 치장한 줄무늬로 녀석을 찾기 힘듭니다. 들깨 그늘에 몸을 숨긴 녀석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였습니다. 손전화의 카메라 줌인으로 녀석을 당겼습니다. 녀석이 절개지 잡목 숲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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