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3

대빈창 2016. 10. 27. 02:31

 

 

방에 누워 천장을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드르륵. 드르륵. 무엇을 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가 맷돌로 도토리 껍질을 부비는 소리입니다. 산책마다 호주머니에 한 움큼씩 주워 물 담긴 양동이에 던져 넣은 도토리가 한 말이나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슬라브 옥상에 그물을 펴고 도토리를 말렸습니다. 껍질을 벗긴 도토리 알맹이를 물에 불려 믹서로 갈아 함지박에 물을 붓고 앙금을 가라앉혔습니다. 전분을 한지에 얇게 펴 햇빛과 보일러 배관이 통과하는 마루의 따뜻한 곳에 말렸습니다. 도토리 녹말가루가 하얗게 부풀어 오릅니다. 찬바람이 이는 계절 도토리묵이 식탁에 오르겠지요.

 

“니네 집에 가”

 

도토리 껍질을 벗기는 어머니를 찾아 재순이가 슬라브 옥상까지 올랐습니다. 머리를 부비며 귀찮게 들러붙자 어머니가 재순이를 떠밀었습니다. 어머니 말에 따르면 녀석이 삐졌는지 아니면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서운한 눈길로 뒤를 돌아보며 계단을 내려갔다고 합니다. 저녁 산책을 나서려 현관문을 밀치자 노순이가 반갑게 뛰어왔습니다.

 

“어머니, 노란 놈이 왔어요.”

“게는 내가 욕을 안했거든.”

 

녀석들은 이제 주인이 있어도 우리집에 하루에 대여섯번 마실을 옵니다. 어머니는 주변 짐승들과 곧잘 대화를 하십니다. 생명가진 미물을 사람 대하듯 하십니다. 식사를 하면서 발린 생선 찌꺼기가 녀석들의 군것질 거리입니다. 재순이는 먹성만큼 덩치가 커 들고양이들과 영역 다툼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노순이는 피터팬증후군인지 아니면 만성소화불량에 시달리는지 아직 아기고양이입니다. 허약한 노순이를 한배 형제라고 재순이가 감싸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위 이미지는 재순이와 노순이가 뒤울안 수돗가 깔방석에 포개져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깔방석은 어머니의 체취가 배어 있겠지요. 간식을 챙기는 어머니에 대한 녀석들의 나름대로 애정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인 컬링(curling)의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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