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순이가 시체놀이를 하듯 자기집 뒤울안에 누워있었다. 산책에서 돌아오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놈은 패잔병 몰골이었다. 볼따구니의 살점이 너덜거릴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라이벌의 싸움은 죽기일보 직전까지 갔다. 놈의 으르렁거리는 협박소리는 귀기가 서렸다. 뒤울안에서 아기가 힘겹게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놈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밝히고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녀석들은 우리집 뒤울안,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 내방 창문 아래, 봉구산자락 오솔길의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보며 으르렁거렸다. 재순이의 상대는 ‘봉구산 폭군’ 검은고양이였다. 폭군 길냥이가 나를 보고 줄행랑을 놓자 재순이가 그 뒤를 따라갔고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얼마 후 녀석들이 사납게 싸우는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