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환한 저녁 지은이 : 고증식 펴낸곳 : 실천문학사 홀로 여기 세워두고 흘러가버린 사랑아 / 오늘 난 변하지 않는 네 향기를 맡는다 / 오래된 자리에 앉아 / 차오르면서 ‘옛사랑을 만나다’(115쪽)의 2연이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 주말을 맞아 하릴없던 나는 사람 구경하러 선창가를 배회했다. 더위를 피해 섬을 찾은 사람들이 배낭을 둘러맨 채 배터를 서성거렸다. 피서객을 나를 요량으로 여객선도 3회로 증편되었다. 배는 정박할 여유도 없이 섬에 손님들을 내리고,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을 태우고 바로 선창을 떠났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바다는 옥빛으로 파랗다. 물량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서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가녀린 몸피의 그녀는 갓난애를 등에 업고, 대여섯살짜리 계집애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