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지난 며칠 뒤 저는 참으로 오랜만에 김포 통진의 옛집을 찾았습니다. 옛집에서 주문도로 이사 온 지가 만 3년이 다 되었습니다. 왼편 2층 건물이 마을회관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회관은 적요했습니다. 농한기의 짬으로 어르신네들이 재미삼아 두드리던 고스톱이나 마작으로 밤낮없이 시끌벅적했던 곳입니다. 오른편 모퉁이가 보이는 처마 낮은 파란 슬레이트 지붕은 돼지우리입니다. 용케 ‘덕화공영’이라는 글자가 햇빛에 바랜 가빠가 걸쳐 있습니다. 10여년도 넘는 저 세월 건너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어미 젖꼭지에 매달린 새끼돼지들의 흰 잔등을 달구는 것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불현 듯 어디선가 얻어와 햇빛 가리개 차양으로 쳤습니다. 텃밭에는 배추와 쪽파가 심겨졌습니다. 국유지라 개발의 광풍을 피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