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절기는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淸明을 지나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되는 곡우穀雨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 봄꽃이 한창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봉구산 자락을 휘감는 옛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습니다. 이른 아침 맑은 대기에 청매靑梅 향이 아찔했습니다. 농부들은 밭 모서리마다 유실수를 가꾸었습니다. 해마다 면에서 얻은 한두 그루 과실수를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매실・사과・배・감・살구나무입니다. 3-4년 자라 나무줄기가 손가락만하게 굵어지면 농부들은 줄에 벽돌을 매달아 수형을 잡았습니다. 위로 뻗으려는 가지는 무게를 못 이기고 옆으로 넓게 퍼졌습니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매화꽃을 탐하고 있었습니다. 겨우내 몸이 굼실거렸던 농부들이 따뜻한 봄볕아래 밭두둑을 골랐습니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