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지은이 : 손택수 펴낸곳 : 창비 가령,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모종대를 손보는 노파처럼 / 곧 헝클어지고 말 텃밭일망정 / 흙무더기를 뿌리 쪽으로 끌어다 다독거리는 일 장맛비 잠시 그친 뒤, 비가 오면 다시 어질러질 텐데 / 젖은 바닥에 붙어 잘 쓸리지도 않는 은행잎을 쓸어담느라 비질을 하는 일 치우고 나면 쌓이고, 치우고 나면 쌓이는 눈에 굽은 허리가 안쓰러워 / 어르신, 청소부에게 그냥 맡기세요 했더니 / 멀거니 쳐다보곤 하던 일을 마저 하던 그 고요한 눈빛처럼 「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94 ~ 95쪽)의 2·3·4연이다. 함민복 시인은 표사에서 말했다. “손택수 시인의 시는 일단 명징해서 좋다. (······) 그를 만나면 세계는 벽을 벗고 경계 이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