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예산역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신흥여관 2층에서 여정을 긁적거렸다. 간헐적으로 밤기차의 기적이 들려왔다. 역사 너머로 국도를 오가는 차량행렬의 헤트라이트 불빛, 들녘의 벼포기는 역사의 가로등에 검은 실루엣으로 낮게 제 몸을 움추렸다. 저멀리 산자락 시골마을에서 불거져나오는 작은 불빛, 편안하고 정겨운 밤풍경이었다. 나그네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객창감으로 몸만 뒤채였다. 긴 여름해가 어느덧 서녘으로 기울어진 뒤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친구에게 손전화를 넣었다. 친구의 낯익은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그는 안국사터를 벗어나 친구가 일하는 면천과 합덕의 중간에 위치한 태신목장을 향해 엘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운산으로 향하는 길을 가다 구룡에서 합덕길로 빠졌다. 얼마를 가니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