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맨 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이른바 유교전통 교육장소로서 ‘충효전시관’이 새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경내를 돌면서 느낀 감성을 일시에 무너트리는 어이없는 몰골이었다. 콘크리트 덩어리는 천박한 원색 단청으로 치장하여, 학식 높은 선비들의 고담한 자리에 몰상식한 기녀가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발길을 돌려 경렴정 뒤 철책 난간에 기대어 죽계천 너머 취한대를 바라보았다. 울창한 수림을 등지고 계곡을 마주한 정자에서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을 것이다. 아쉽게 취한대로 가는 길은 철책으로 가로막혔다. 당간지주 앞 너럭바위에 앉으니 뜰 안의 소나무가 눈 앞이었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자연스럽게 애국가 2절이 떠올랐다. 소수서원을 둘러싼 소나무들은 한마디로 장쾌했다. 수백 년 족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