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란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이릅니다. 우현이는 저와 한 세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벗입니다. 사진 속의 우현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본관을 오르는 계단 입구 난간에 축구공을 옆에 끼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잔디는 아직 누렇고, 화분에 꽃이 심겨진 것으로 보아 초봄으로 보입니다. 우현이는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노는 날이면 이렇게 아빠·엄마 사무실에 나타나 뛰어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우현이의 아빠를 만난 다다음해에 우현이는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김포에 살던 시절, 우현이네 집과는 버스 두세 정거장 사이였습니다. 우현이는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땅 미술사학의 태두 고유섭 선생의 아호와 같습니다.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한국미술의 근대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