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3

그때 그시절, 편지를 열다.

○ ○ 에게 (······) 공장에서 늦으시는 어머니 대신 저녁을 하려 밥통을 들고 부엌으로 내려서자 어머니가 웃으며 들어오신다. 괜한 폼만 잡은 꼴이다. 방으로 들어와 곧장 펜을 든다. 다행이다. 첫 가족면회를 했다니. 너그러운 마음이 부럽구나. 가족들의 마음고생이야 오죽 하겠니. 뒷바라지로 후배들과 후원회를 만들었다. 4 ~ 5명 선. 온라인을 개설하고. 내 생각으로 한복도 필요할 것이고. 구치소 앞 한복집 기성복은 벌 당 2만5천원 생각보다 비싸지 않더구나. 속옷과 양말 2 ~ 3켤레도, 답장에 필요한 책명과 출판사(정확한)를 꼭 적어 보내주길 바란다. 부담스러움은 갖지 말기를. 이것은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다. 어쩌면 이런 상태가 부담 없이 서로 서신연락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냐. 매주 수요일 정기적..

민통선 평화기행

책이름 : 민통선 평화기행지은이 : 이시우펴낸곳 : 창비 근 보름여 만에 책씻이를 했다. 만만치 않는 책의 부피도 나의 게으름에 한몫을 했지만, 내용의 중압감에 짓눌린 나의 심리상태가 더욱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에서 언급한 사진작가 이시우의 단식투쟁은 근 50여일을 넘기고 있었다. 싸움 상대는 '국가보안법'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 급작스레 뒤통수를 때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망령에 나는 치를 떨수밖에 없다. '민통선 평화기행'의 저자 이시우를 나는 보지 못했다. 언젠가 시인 친구 함민복은 이시우가 강화도에 거주한다고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리고 민통선 평화기행이라는 책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때 책을 구입하고 그를 만났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치고 나는 외딴 섬으로 들어왔..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책이름 :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지은이 : 황대권펴낸곳 : 열림원 황대권은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1985년 신군부는 방학을 맞아 고국을 찾은 저자를 첫날밤 안기부 남산 지하실로 끌고가 60일간 고문과 구타로 간첩을 만든다. 저자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유학시 토론모임의 한 동료가 귀국길에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간첩 죄목을 뒤집어쓰고 무기징역형을 받는 빌미가 되었다. 3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13년 동안 인생의 황금기를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영어(囹圄) 생활로 보낸다. 그 고통과 분노의 양심수 생활을 이겨내는데 위안이 된 것은 감옥 한 구석의 야생초 화단이었다. 야생초를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생태주의자가 된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