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책이름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지은이 : 박노해펴낸곳 : 느린걸음 2019. 6. 18. 박노해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책씻이했다. 「고모님의 치부책」(500 - 503쪽) 전문을 올렸다. 두터운 시집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시편이었다. 가난으로 가족이 뿔뿔이 헤어진 어린 시인을 살붙이처럼 감싸고, 수배중의 시인이 행여 밤중에 찾아올까 대문을 열어놓고 풀 먹인 이불을 깔아놓은 조그만 몸피의 고모. 무덤에 누운 고모를 시인은 뒤늦게 찾아갔고, 고모님의 치부책에 적힌 이웃에 진 품을 갚아 드렸다.박노해(朴勞解, 1957- )는 시인・노동운동가・혁명가다. 1980년대 ‘얼굴 없는 시인’은 노동문학의 상징이었다. 그의 27세 ,『노동의 새벽』(1984)은 전두환 정권의 발악적 금서 조치에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책이름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지은이 : 박노해 펴낸곳 : 느린걸음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전쟁의 레바논에서 임종도 전해 듣지 못하고 나는 뒤늦게 전라선 열차를 타고 다시 순천에서 동강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붉은 황토 길을 걸어 고모님을 찾아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공장으로 떠난 뒤 너무 힘들고 외로운 날이면 타박타박 삼십 리 길을 걸어 찾아가던 고모 집 밭일을 마친 고모님은 어린 나를 와락 끌어안고 눈물바람으로 밥을 짓고 물을 데워 몸을 씻기고 재봉틀을 돌려 새 옷을 지어 입히고 이른 아침 학교 가는 나를 따라나와 까만 점이 될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셨지 경주 교도소 접견창구에서 20년 만에 재회한 나를 투명창 너머에서 쓸어 만지며 수배 길에 행여나 찾아들까 싶어서 밤마다 대문을 열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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