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내 방의 출입문과 책장사이 공간에 달력을 걸었다. 2021년 이철수 판화달력을 걷어내고, 2022년 신영복 붓글씨달력을 드러냈다. 달월을 가리키는 숫자아래 《禁酒》를 붙였다. 주문도에 터를 잡은 후 내 방의 달력은 판화달력과 붓글씨 달력에서 골랐다. 올해는 故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달력이었다. 1월의 글씨는 큰 글씨로 ‘흙내’, 작은 글씨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모든 쇠붙이는 가라’는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의 한 구절이었다. 술을 끊은 지 햇수로 4년, 개월 수로 32개월을 넘어섰다. 금연은 벌써 만 13년을 앞두고 있었다. 내가 주문도에 첫 발을 디딘 날이 2005. 7. 25. 이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이사 온 날은 2008. 11. 2. 이었다. 텃밭머리에 아버지와 누이를 수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