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구나 토끼를 키웠습니다. 덩치가 크다고 할 수 없는 녀석들은 끊임없이, 쉴 새 없이 먹었습니다. 토끼장에 풀이 떨어지지 않게 꼬맹이들은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겨우내 콩깍지로 연명하던 토끼에게 이른 봄 새 쑥부터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까지. 아카시 잎이 퍼져서야 한시름 놓았습니다. 토끼의 소변 지린내는 얼마나 지독하던가요. 토끼는 물을 두려워해 장마철이 돌아오면 토끼장에 비 한 방울 들이치지 못하게 얼마나 안달복달 하였던가요. 토진이를 지켜보며 토끼에 대한 그릇된 상식 몇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토끼에게 물은 독약이 아니었습니다. 밤새 폭우가 퍼부은 이른 새벽 토진이는 이마에 물기가 흥건한 채 풀을 뜯었습니다. 한 술 더 떠 토진이는 길에 고인 물웅덩이에 입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