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입 속의 검은 잎 지은이 : 기형도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는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빈집'의 전문이다. 20여년 저쪽의 세월, 그 한토막을 정확히 기억하기란 불가능 할 것이다. 60시편이 실린 시집을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뒷표지를 덮으면서 바로 이 시라고 나는 단정 지었다. 80년대의 마지막 해 초여름 어느날이었다. 만물이 생동하고 꽃들이 만개하고 날씨는 화창한 그날 일군의 문청들이 거나하게 막걸리에 취해 있었다. 어떤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