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채소 6

겨울 텃밭의 배추

절기는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김장채소로 무와 알타리를 파종했습니다. 배추 포트묘와 쪽파 종구를 이식했습니다. 입동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김장을 담갔습니다. 벌써 한 달 열흘이 흘러갔습니다. 뜬금없이 겨울 텃밭의 배추 포기가 푸른빛이 청청합니다.그만큼 올 겨울은 온화했습니다. 영하의 날씨는커녕 진눈깨비 몇 송이 날린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세 두둑은 월동작물입니다. 붙은 두 두둑은 마늘이고, 외떨어진 두둑은 양파입니다. 배추 표트묘는 72공 짜리 1.5판을 이식했습니다. 검정비닐로 멀칭한 밭에 90여 포기를 심고, 노지에 30여 포기를 심었습니다. 어머니가 김장 때 말하셨습니다. “땅에 심긴 배추는 그냥 놔둬..

텃밭을 부치다 2023.12.18

계묘년癸卯年, 입추立秋로 가는 텃밭

한 달 넘게 지속되던 지루한 장마가 끝났다. 33℃가 웃도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열대야로 기분 좋은 숙면은 물 건너갔다. 매스컴은 아우성을 질러댔다. 역사 이래 가장 무더운 7월이었다고. 절기는 열세 번째 입추立秋를 향하고 있었다. 김장용 무·배추를 심는 시기다.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처럼 김매기도 끝나가고 시골은 모처럼 한가해 질 때다. 위 이미지의 텃밭은 한 눈에 봐도 흐트러졌다. 작년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어머니가 부쩍 보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대학병원 응급실로 두 번 직행했다. MRI 촬영을 했으나 뼈와 근육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섬으로 돌아왔다. 궁여지책으로 신경과 진찰을 예약했다. 텃밭으로 내려서는 계단이 어머니에게 벼랑..

텃밭을 부치다 2023.08.01

무술년戊戌年, 김장을 부치다.

2008. 11. 2. 김포 한들고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주문도 느리로 이사 온 날입니다. 어머니는 김포 텃밭의 마늘 종구를 이삿짐 속에 갈무리 하셨습니다. 김장 채소 부치는 시기를 놓쳤습니다. 두 두둑에 늦은 마늘을 심은 것이 주문도의 첫 텃밭 농사였습니다. 다음해부터 어머니는 네 두둑에 김장을 부치셨습니다. 배추가 두 두둑, 무가 한 두둑, 재래종 갓과 순무를 한 두둑에 심었습니다. 우리집 텃밭은 가장자리 자투리를 빼고 열 두둑입니다. 십년 째 두둑의 숫자와 폭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텃밭 농사는 예술적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매년 심는 작물의 종류는 변하지 않았으나, 두둑은 고정된 적이 없습니다. 김장 채소를 부친 네 두둑의 오른쪽은 땅콩 두 두둑. 왼쪽은 청양고추와 서리태, 그리고 두 두둑의..

텃밭을 부치다 2018.09.10

뒷집 새끼 고양이 - 17

위 이미지는 열흘 전 텃밭 정경입니다. 어머니가 텃밭으로 내려서는 경사면의 폭염에 늘어진 호박덩굴을 돌보고 있습니다. 노순이가 들깨 몇 포기뿐인 맨 땅이 드러난 두둑 한가운데서 혼자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하루 종일 강아지처럼 어머니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습니다. 맨 땅이 드러난 텃밭 네 두둑은 지금 부직포가 하얗게 씌어졌습니다. 엊그제 먼동이 터오기 전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텃밭에 내려섰습니다. 친환경 거름을 한 두둑에 두 포대씩 뿌렸습니다. 동력용 농기계가 없어 삽으로 네 두둑을 일렀습니다. 십여 년 넘게 가족끼리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의 몸이 무거워지셨습니다. 누이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은 형은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고된 도금작..

갓김치를 담그다.

김치냉장고의 대형 김치통에 가득 찼던 갓김치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김치를 담근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위 이미지는 청양고추 가루를 넣어 매콤하기가 그지없는 김치통에 막 담겨진 돌산갓김치입니다. 맛을 보려 위에 덮은 비닐을 걷어내고 두 포기를 꺼내 접시에 썰었습니다. 김치통의 가장자리에 말국이 배었습니다. 추석연휴 섬에 들어오신 작은 형이 서둘러 갓을 뽑았습니다. 말복이 지나 작은형과 나는 텃밭에 무씨를 파종하고 포트묘의 배추를 이식했습니다. 작은형이 돌산갓김치 종자를 구했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몸을 막 굴려 자주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밥에 싫증이 나면 전통시장을 찾아 갓과 고들빼기김치로 잃어버린 밥맛을 찾았습니다.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 작은형의 눈에 용케 갓김치 종자가 뜨였습니다.돌산갓은 생..

텃밭을 부치다 2017.11.06

백로白露에서 추분秋分으로 가는 텃밭

절기는 백로에서 추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오랜 경험의 산물인 농사달력 절기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침에 밖을 내다보면 이슬이 펑하게 내렸습니다. 말복이 지나 파종한 김장채소가 무성해졌습니다. 이미지의 오른 위 상단의 감나무가 열매를 처음 아주 많이 매달았습니다. 작은형이 지난겨울 진돌이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잔뜩 주었습니다. 밭 경계 둔덕의 콩도 울울합니다. 첫 두둑은 무입니다. 작은형이 솎은 어린 무를 어머니께서 김치 담그시느라 그늘에 앉아 손질하고 계십니다. 둘째 두둑은 3등분하여 무, 순무, 돌산갓을 파종했습니다. 병원생활하면서 고들빼기, 갓 김치를 탐하는 나를 눈여겨보던 작은형이 종자를 구했습니다. 돌산갓이 의외로 잘 자랐습니다. 두둑 옆에 지주대가 세워진 작물은 땅콩입니다. 무 두둑을 침..

텃밭을 부치다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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