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 김포 한들고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주문도 느리로 이사 온 날입니다. 어머니는 김포 텃밭의 마늘 종구를 이삿짐 속에 갈무리 하셨습니다. 김장 채소 부치는 시기를 놓쳤습니다. 두 두둑에 늦은 마늘을 심은 것이 주문도의 첫 텃밭 농사였습니다. 다음해부터 어머니는 네 두둑에 김장을 부치셨습니다. 배추가 두 두둑, 무가 한 두둑, 재래종 갓과 순무를 한 두둑에 심었습니다. 우리집 텃밭은 가장자리 자투리를 빼고 열 두둑입니다. 십년 째 두둑의 숫자와 폭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텃밭 농사는 예술적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매년 심는 작물의 종류는 변하지 않았으나, 두둑은 고정된 적이 없습니다. 김장 채소를 부친 네 두둑의 오른쪽은 땅콩 두 두둑. 왼쪽은 청양고추와 서리태, 그리고 두 두둑의 참깨를 막 수확했습니다.
달포 전, 네 두둑에 유기농 퇴비를 뿌리고 삽과 쇠스랑으로 굳을 흙을 일러 깨뜨리고 부직포를 덮었습니다. 보름 전, 주말을 맞아 섬을 찾은 작은 형과 함께 김장채소를 파종했습니다. 토양살충제를 흩뿌린 밭에, 성격이 세밀하고 꼼꼼한 작은 형이 두 두둑에 무와 순무, 돌산 갓을 파종하고 부직포를 덮었습니다. 덜렁덜렁하고 찬찬치 못한 나는 두 두둑에 비닐을 멀칭하고 PVC 파이프로 배추 심을 구멍을 뚫었습니다. 위 이미지를 잡은 창고 지붕의 의자에 앉아 어머니가 손짓으로 텃밭농사가 서툰 형제의 일손을 일일이 잡아 주셨습니다. 삼사일이 지나자 무와 갓의 싹이 올라오며 부직포가 불룩불룩 해졌습니다. 무와 순무, 돌산갓이 심겨진 두 두둑의 부직포를 벗겼습니다. 농협에 주문한 배추 포트 묘가 배달되었습니다. 72공 포트 묘의 가격은 올해 8천원이었습니다. 씨앗이 두 알 떨어져 자란 묘로 모두 80개의 배추 묘를 이식했습니다.
엊그제. 배추 두둑의 남은 멀칭 비닐을 제거하고 쪽파 종구를 심고, 시금치 씨앗을 뿌렸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80개의 배추 묘가 흙냄새를 맡고 탈 없이 뿌리를 잘 내렸습니다.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무 두둑의 북주기를 어머니는 사나흘 전 마쳤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을 받으며 어머니가 순무와 돌산갓의 북주기를 하고 계십니다. 올해로 주문도 텃밭농사가 정확히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머니는 밥상머리에서 스스로 대견하시다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직접 길러, 찬을 대는 것이 용하구나. 밭이 없었으면 섬에서 무엇을 먹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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