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경자년庚子年 우수雨水의 텃밭

대빈창 2020. 2. 24. 07:00

 

 

위 이미지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우수(雨水) 전날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 전경입니다. 우수(雨水)는 24절기 중 2번째 날로 입춘(立春)과 경칩(驚蟄)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우수'라는 말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우수가 돌아오면 우리나라 농부들은 논둑과 밭두렁을 태워 풀숲에서 겨울을 지낸 해충을 없앴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옛 얘기가 되었습니다. 산불방지 지킴이가 수시로 작은 섬을 돌며,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작년 가을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며 잘라 넣은 짚단을, 날이 추워지기 전에 트랙터로 땅 속에 묻었습니다. 이를 땅 힘을 좋게 하는 가을갈이라 일컫습니다.

올겨울은 눈다운 눈 한번 내리지 않았습니다. 때 아닌 겨울비가 줄창 내려 다랑구지 천수답에 물이 흥건하게 괴었습니다. 장마 지듯 쏟아 붓는 겨울비에 섬사람들은 지구온난화를 걱정합니다. 해수면이 높아져 섬이 물에 잠길까봐 염려스럽습니다. 올봄 농부들은 예년처럼 노심초사 봄 가뭄으로 인한 모내기 걱정을 덜었습니다. 멀찍이 물러났던 동장군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우수 며칠을 앞두고, 온 산하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가는 겨울을 시샘하듯 제법 눈발을 날렸습니다. 소한·대한 추위에 구경할 수 없었던 하얀 세상이 우수의 텃밭에 잔설로 희끗희끗 남았습니다.

가장 왼편 검정 비닐을 씌운 두둑은 양파가 심겨졌습니다. 작은형이 섬에 들어오면서 양파포트 두 개를 사왔지만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강화읍 오일장에 나가 두 포트를 더 사와 옮겨 심었습니다. 부직포를 씌울까하다 시기를 놓쳤는데 다행히 지난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반쯤 부직포가 덮인 옆 두둑은 어머니가 시금치 씨를 뿌렸습니다. 물기 먹은 반투명 부직포아래 푸른 시금치가 얼비쳤습니다. 날이 풀리면 어머니는 시금치무침과 시금치쌈을 올려놓으시겠지요. 부직포를 덮은 중앙의 두 두둑은 마늘이 심겨졌습니다. 작년 마늘 농사는 폐농에 가까웠습니다. 마늘 종구를 이웃사촌 두 형수가 십시일반 나누어주어 마늘 농사를 이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은 따뜻해서 흙냄새를 맡고 마늘 뿌리가 잘 내렸겠지요. 오른쪽 가장자리 먼 쪽 반 두둑의 쪽파가 잔설 속에서 푸른 기운을 잃지 않았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