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경자년庚子年 입동立冬의 텃밭

대빈창 2020. 11. 9. 07:00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그는 시기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는 때입니다. 이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합니다. 2019년(己亥年)은 입동 추위가 있었지만 한 겨우내 눈다운 눈 없이 따뜻한 겨울이었습니다. 2020년(庚子年) 입동은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아침 산책을 다녀와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 전경입니다.

사나흘 전 작은형이 섬에 들어왔습니다. 반듯하게 새로 일군 두둑은 작은형의 꼼꼼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오른편 가장자리 두 두둑은 마늘을 심었습니다. 동력기계가 없는 우리집은 순전히 사람 힘으로 매년 두둑을 삽과 쇠스랑으로 새로 만듭니다. 살균제를 푼 물에 마늘 종구를 한 시간여 담갔습니다. 건져내어 그늘에서 물기를 말려 하나하나 손으로 묻었습니다. 마늘이 대여섯 줄 부족합니다. 어머니가 작년 수확한 마늘에서 씨알이 굵은 놈으로 새로 준비하십니다. 차의 적재함에 비닐포대를 싣고 다랑구지 들녘으로 향합니다. 콤바인이 알곡을 수확하며 논바닥에 썰어 깐 지푸라기를 대여섯 포대 담아서 집으로 들였습니다. 마늘을 심은 두둑에 보온용으로 썬 짚을 깔고 위에 부직포를 씌워야합니다.

양파를 이식할 구멍 뚫린 검정 비닐이 깔린 새 두둑이 왼편 가장자리에 자리 잡았습니다. 말복 무렵 김장채소를 파종하면서 뒷집 형수는 양파 씨도 부었습니다. 우리집은 매년 종자가게에서 정식할 양파 두 포트를 사왔습니다. 모자라는 어린 양파는 형수네 양파 포장에서 얻어 심었습니다. 올해 충분한 양파 씨앗을 파종한 뒷집에서 두둑에 다 심고 남을 어린 양파를 얻었습니다. 직접 모을 키운 양파는 보기에 여리지만 한 겨울을 지내고 봄볕이 따뜻해지면 종자 가게에서 산 포트 양파보다 훨씬 실하게 자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섬의 기후와 토질에 적응한 힘으로 생각됩니다.

무, 배추, 순무, 돌산갓까지 두둑마다 김장채소가 가득합니다. 쪽파, 시금치, 열무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돌산갓을 심은 지 3년차가 되었지만, 매년 수확 시기를 놓쳤습니다. 돌산갓은 배추, 무보다 한 달 남짓 이르게 수확하여 갓김치를 담가야합니다. 연한 잎사귀에 뼈가 박혀 아삭거리는 맛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김장새우(중하)는 대빈창마을 그물 매는 집에 부탁했습니다. 올해는 새우 값이 비쌌습니다. kg당 1만5천원입니다. 새우젓은 동갑내기 선장이 4kg 두 통, 전 어촌계장이 한 통을 주어 충분합니다. 고춧가루는 어머니가 여름내 뒷집과 감나무집의 수확한 고추 손질을 도운 품삯으로 4관을 받았습니다. “우두커니 있는 손발 놀리는 것이다” 어머니의 삶의 철학입니다. 고달픈 품앗이를 그만하시라는 자식의 성화에 대한 어머니의 평생 똑같은 대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