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신축년辛丑年 청명淸明의 텃밭

대빈창 2021. 4. 5. 07:00

 

신축년辛丑年의 청명淸明은 4. 4. 日요일이었습니다.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 입니다. 청명은 봄이 짙어지고, 하늘이 맑아지는 시절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은 때입니다. 농가는 청명을 기하여 봄 일을 시작합니다. 논밭 둑을 가래질로 손질하며 논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영농 기계화된 요즘은 해토로 무너진 논두렁을 논두렁조성기로 손을 봅니다.

다랑구지 대빈창 들녘은 논 한 구석을 쓸리고 평평하게 다듬어 마른 못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퍼부었습니다. 논에 물이 허옇게 괴었습니다. 지난주에 30mm, 이번 주에 45mm의 봄비가 쏟아졌습니다. 애를 쓴 보람도 없이 마른(?) 못자리가 빗물로 흥건합니다. 농부들은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봄비는 밭작물의 해갈에 고맙지만, 못자리를 준비하는 농부는 속이 탑니다. 진흙탕으로 변한 못자리에 모판을 앉히려면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밤중에 비가 그치면서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잠결에 텃밭의 부직포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집이 앉은 자리는 섬의 바람꼬지입니다. 먼동이 터오며 창문을 열고 텃밭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다행스럽게 부직포가 그대로입니다. 부직포 터널은 무·배추·시금치·고수 등 반찬거리용 쌈 채소가 심겼습니다. 완두콩은 텃밭에서 가장 빨리 종자를 넣는 작물입니다.

종자를 파종하고 며칠이 지나도 완두콩은 새순을 내밀 줄 몰랐습니다. 콩알이 부풀었나 땅을 파 본 어머니가 걱정스런 얼굴을 지었습니다. 끈 같은 흰 벌레가 덩어리로 뭉쳐 땅 속의 콩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작년 텃밭의 호박은 쥐며느리 군단이 줄기의 즙을 빨아 시들시들 말라 죽었습니다. 어머니는 작년 호박 농사를 염두에 두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완두콩 텃밭에 토양 살충제를 살포했습니다. 완두콩은 기력을 회복하고 왕성하게 덩굴손을 뻗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부직포를 걷고 북주기를 하고 계십니다.

왼쪽 가장자리 멀칭한 검정비닐의 빈 두둑은 고추 묘를 심을 자리입니다. 월동작물 양파와 쪽파가 푸른 기운을 더했습니다. 투명비닐을 씌운 두 두둑은 땅콩 파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좁은 골의 검정비닐이 멀칭된 두둑은 감자를 묻었습니다. 수분 증발을 방지하려 지푸라기를 깐 마늘 두 두둑은 겉보기는 좋아 보입니다. 작년도 마늘 농사는 흑색썩음균핵병으로 망쳤습니다. 어머니가 몇 포기를 뽑았습니다. 여지없이 종구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마늘 농사를 지속해야 하는지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돌려짓기·사이짓기·이어짓기의 마술사 어머니는 무슨 작물을 염두에 두고 계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