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임인년壬寅年 춘분春分의 텃밭

대빈창 2022. 3. 23. 07:00

 

위 이미지는 임인년壬寅年 춘분春分의 우리집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입니다. 춘분은 24절기에서 네 번째로 경칩驚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태양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습니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입니다. 봄기운이 듬뿍 들어 있는 들나물을 캐어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습니다. 농사에서 초벌 경운을 하고, 본격적인 영농준비에 바쁜 철입니다. 봄바람이 세차고 한번은 꽃샘추위가 닥치기 마련입니다.

사흘 전, 먼동이 터오면서 이른 아침을 먹고 텃밭으로 나섰습니다. 진돗개 트기 느리가 집으로 쓰는 창고 마지막 칸 앞 두 두둑을 퇴비 세 포대를 뿌리고 삽으로 일렀습니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쇠스랑으로 뭉친 흙을 곱게 다졌습니다. 땅콩파종용 투명비닐을 씌우고 부직포를 덮었습니다. 하루종일 날이 흐려 오히려 밭일하기에 맞춤했습니다. 밤새 바람이 드세더니, 꽃샘추위가 닥쳤습니다. 새벽부터 눈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창문을 열고 텃밭을 내려다봅니다.

세찬 바람에도 물기 먹은 부직포가 낮게 가라앉았습니다. 포장도로의 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았지만 산과 들밭의 눈은 잔설이 그대로였습니다. 하루 종일 기온은 0℃ 안팎이었습니다. 춘분 하루 전날, 마늘 두 두둑의 부직포를 벗겼습니다. 양파 두둑까지 웃거름과 토양살충제를 살포했습니다. 양파의 성장이 부실합니다. 올 겨울 양파 모종을 이식할 때 부직포를 씌워 겨울을 나야겠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감나무집의 양파는 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감나무집 형수가 말했습니다. 한 달이나 남은 땅콩 두둑을 벌써 일렀느냐고. 마음만 바빴던 나는 영농감각이 뒤떨어졌습니다.

마늘 두둑 옆의 검정비닐 멀칭 두둑은 김장배추가 심겨졌던 자리입니다. 어머니는 매년 배추를 뽑아낸 비닐구멍에 씨감자를 묻었습니다. 어머니만의 노동력 절감인지 모르겠습니다. 감자 옆 두둑은 완두콩 자리입니다. 텃밭에서 가장 빨리 종자를 넣는 작물입니다. 곧 퇴비를 펴고 삽으로 두둑을 일러야겠습니다. 양파 두둑 옆은 참깨와 고추를 심을 자리로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겨우내 바람에 헐거워진 고라니 방책용 그물도 팽팽하게 손을 보아야합니다.

14년 전 주문도에 이사 오면서 텃밭에 처음으로 땅콩과 양파 농사를 지으면서 어머니는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 시절 어머니는 봄이 돌아오면 텃밭을 부치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5년 전 고명딸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둘째아들은 세월이 갈수록 고된 일에 쫓겨 주말에도 섬을 찾지 못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텃밭에서 혼자 삽으로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그렇게 한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일이 몸에 부대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