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임인년壬寅年 추석秋夕의 텃밭

대빈창 2022. 9. 13. 07:00

 

위 이미지는 임인년壬寅年 추석秋夕의 텃밭이다. 절기는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는 백로白露를 지나,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으로 향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올해 한반도는 완연한 아열대 기후를 나타냈다.

현재까지 주문도의 총 강수량은 1,000mm를 넘어섰다. 1.1(신정)- 6.21.(하지)까지 강수량은 고작 106mm 이었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아열대 기후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정수리를 벗기는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다, 느닷없이 퍼붓는 폭우는 열대성 소나기 스콜을 연상시켰다. 작물 파종기의 극심한 가뭄으로 발아가 늦되거나, 겨우 싹을 틔운 작물도 갈증에 허덕이다 시들었다. 기특하게 고개를 내밀며 목숨을 부지하던 작물을 폭우가 위협했다.

6월부터 석 달 간 국지성 폭우와 강렬한 땡볕이 오락가락한 날이었다. 어느 날 기상특보는 놀랄 노자였다. 조그만 땅덩어리에 강풍・호우・폭염 기상특보가 동시에 발효되었다. 연일 퍼붓는 빗줄기에 50포기를 심은 청양 고추는 탄저병이 끝잎까지 번졌다. 어머니는 고추 포기를 뽑아버리고 멀칭 비닐에 호미로 쪽파 종구를 묻었다. 콩밭은 가뭄으로 말 그대로 콩 나듯 했다. 어머니는 빈 곳에 참깨를 이식했다.

어머니는 수확한 양파의 마른 줄기와 뿌리를 다듬어 그물망에 넣었다. 햇살이 비추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는 빈 텃밭에 양파를 널었다. 겨우내 뒷집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며 여름까지 싱싱한 양파를 맛볼 수 있었다. 섬주민들은 마늘을 엮어 저장할 줄 몰랐다. 바다고기를 담는 그물망에 마늘 줄기와 뿌리를 잘라 벽에 매달았다. 어머니는 수수빗자루를 엮듯이 20포기를 1접으로 엮는 방식을 이웃집에 전수했다.

사나흘 전에 말복이 지났다. 나는 푸른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에 텃밭에 나섰다. 한 두둑에 퇴비를 세포 씩 뿌리고 삽으로 흙을 떠 일구었다. 토양살충제를 살포했다. 쇠스랑으로 보기 좋게 두둑을 다듬었다. 작은형은 일에 쫓겨 섬에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갔다. 텃밭 김장채소 파종에 휴가일정을 맞추었으나 가족의 코로나 감염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기운이 떨어진 어머니는 몸의 운신마저 힘들었다.

올해 김장채소 파종은 나 혼자의 몫이 되었다. 막내아들이 혼자 땀 흘리는 것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텃밭에 내려섰다. 나는 어머니를 깔방석에 앉게 했다. 두 두둑에 무씨를 파종하고 부직포를 씌웠다. 삼일 만에 부직포를 벗기자 깊이 묻힌 씨앗의 발아불량으로 무싹이 보기 흉했다. 어쩔 수 없었다. 생긴대로 키워 김장을 해야겠다. 단위농협에서 공급받은 배추 모는 웃자랐다. 진딧물 가루약을 구멍에 뿌리고 배추모를 이식했다. 30℃를 넘는 땡볕에 몸살을 앓다 10여 포기가 시들었다. 다행스럽게 두 포트를 주문하여 여유가 있었다.

남은 배추 모는 두둑의 반에 어머니가 이식했다. 추석 아침 작은형이 나머지 반 두둑에 알타리무를 파종하고 부직포를 씌웠다. 임인년 추석 연휴, 작은형은 1년여 만에 섬을 찾았고, 코로나 정국으로 형수와 조카는 3년 만에 섬에 발을 들였다. 내일 아침, 선선해진 날씨에 서둘러 작은 형과 땅콩을 수확해야겠다. 잎사귀가 누렇게 변해가면서 줄기가 땅에 눕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