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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책이름 :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지은이 : 김사이펴낸곳 : 아시아 『반성하다 그만 둔 날』(실천문학사, 2008)『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 2018)『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아시아, 2023) 시인 김사이가 펴낸 시집들이다. 시인은 2002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두 번째 시집은 온라인 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고, 세 번째 시집은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시집은 출판사 《아시아》의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 〈K-포엣〉의 서른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그동안 노동 현장의 부조리와 그 속에서 이중으로 고통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렸다. 시집의 구성이 특이했다. 부 구분없이 29편이 실렸고, 시인노트의 「돌아보다」는 자서시였다. 에세이로 「거기에 바다가 있다」, 시..

시인과 선창에서 막걸리를

도선 삼보12호는 아차도, 볼음도를 거쳐 서도 군도를 빠져 나와 석모도와 화도 장곶 사이 좁은 해협을 가로질러 강화도에 닿았다. 예전 삼보해운 배들의 정박지는 외포항이었다. 교동도와 석모도에 다리가 놓였고 항구에 모래가 쌓이면서 외포항은 선창의 기능을 잃었다. 주문도에서 석모도 어류정항까지 1시간이 걸렸다. 이쯤이면 몸이 굼실굼실한 승선객들은 객실에서 일어서 바깥풍경을 보기 마련이었다. 객실창을 통해 마주보이는 강화도 포구가 건평항乾坪港이었다.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가는 길이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나는 2층 객실에 올라가지 않고 내내 차안에 있었다. 마주보이는 건평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머니는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건평이구나! 하셨다. 당신은 그 시절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외삼촌은..

해방일기 3

책이름 : 해방일기 3지은이 : 김기협펴낸곳 : 너머북스 『해방일기』는 2011년 5월 1권이 나온 지 4년 만에 10권으로 완간되었다. 해방직전 8월 1일부터 남한단독 정부 수립 무렵인 48년 8월 14일까지의 기간 동안 80년 전의 오늘을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역사학자는 “20세기동안 앞장서서 깃발을 휘두른 사람들은 생각과 달리 외세에 편승해 적당한 역할만 했고, 중도파가 민족주의ㆍ민주주의ㆍ사회주의 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가치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3권의 부제는 ‘소련군의 해방과 미국의 해방’으로, 시간대는 1946. 2. 1 ~ 4. 30. 이었다. 차례는 5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의 말미에 실은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는 저자와 안재홍 선생과의 가상대담이었다. 서문 「미국과 소련이 ..

해방일기 2

책이름 : 해방일기 2지은이 : 김기협펴낸곳 : 너머북스 『해방일기』는 80여 년 전 해방정국을 상식적인 ‘보통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 본 1인칭 화법으로 재구성했다. 구체적 모델은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 1891-1965)이었다. 해방공간은 현대사에서 가장 중대한 기로로 진영논리에 빠지지않고 그대로 본다는 취지였다. 역사학자는 말했다. “좌와 우를 포괄하는 중도적 정치노선은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던 그룹으로 이들을 알리고 싶었다.”2권의 부제는 ‘해방을 주는 자와 해방을 얻는 자’로, 시간대는 1945. 11. 1 ~ 1946. 1. 31. 이었다. 2권은 535쪽으로 부피가 대단했다. 차례는 6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의 말미에 실은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는 저자..

해방일기 1

책이름 : 해방일기 1지은이 : 김기협펴낸곳 : 너머북스 중화 제국과 오랑캐의 대립과 교섭의 역사로 중국의 문명사를 바라본 『오랑캐의 역사』,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역사 에세이 『밖에서 본 한국史』, 뉴라이트의 본질과 현상을 전방위로 비판한 『뉴라이트 비판』. 내가 읽은 역사학자 김기협(1950- )의 책들이다. 민간독재 이명박(2008-2013)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조폭처럼 활개를 쳤던 그들이 돌아왔다. ‘신보수’를 표방하며 식민지배와 독재를 정당화하는 ‘뉴라이트’였다.한국현대사의 결정적 기로는 80여 년 전 ‘해방정국’이었다. 그동안 나의 현대사 공부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한길사, 6권), 『대한민국 史』(한겨레출판, 4권)로 이어졌다. 돌아온 ‘뉴라이트’의 꼴사나운 행태에 질린 나는 책 속에..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책이름 :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지은이 : 도정일펴낸곳 : 문학동네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담겨 있던 구절이다. 나에겐 문학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요약해주는 말”이라고 ‘실천적 인문학자’ 도정일(都正一, 1941- )은 서문에서 말했다. 그는 인간ㆍ사회ㆍ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적 가치의 실천에 주력해왔다.‘도정일 문학선 4’로 출간된 문학에세이는 3부에 나뉘어 25편의 무게 있는 글들이 실렸다. 1부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론으로 문학의 근본적인 속성과 그것에 내재한 힘을 이야기했다. 섹스와 죽음이라는 오래된 현실로부터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

신영복의 엽서

책이름 : 신영복의 엽서지은이 : 신영복펴낸곳 : 돌베개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1996), 『더불어 숲』 1·2(중앙M&B, 199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돌베개), 『신영복의 엽서』(돌베개, 2003),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2004), 『처음처럼―신영복 서화 에세이』(중앙M&B, 2007), 『청구회 추억』(돌베개, 2008),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2012), 』『담론』(돌베개, 2015), 『사람아 아! 사람아』(다섯수레, 1991),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다섯수레, 1993), 『中國歷代詩歌選集』  1·2 ·3·4(돌베개, 1994) 나의 손에 펼쳐진 우이牛耳 신영복(申榮福, 1941-2016) 선생의 책들이다. 책들은 강화읍내 유일서점 ..

2024년 갑진년甲辰年, 마지막 해넘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 마지막 해넘이 시각은 오후 5시 26분이다. 위 이미지는 5시 16분에 잡았다. 저녁 산책에서 대빈창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이었다. 무인도 분지도의 실루엣이 뚜렷했다. 새해 첫 포스팅을, 2025년 을사년乙巳年 해돋이가 아닌, 지난해의 해넘이로 잡은 것은 주문도 삶을 회상하고 싶었다.2008년 11월 2일. 어머니를 모시고 주문도에 이삿짐을 풀었다. 작은형과 서울 사시는, 어머니의 유일한 핏줄 이모와 이종사촌도 함께 섬에 들어와 이사를 도왔다. 이모는 언니가 마지막 생을 꾸릴 곳이 궁금하셨을 것이다. 이삿짐을 단출하게 줄였지만 1톤 포터로 두 대가 되었다. 이사를 오기전 나는 집을 단장했다. 가전제품 냉장고, 세탁기를 미리 들였다. 벽지를 새로 발랐다. 내방의 한 벽을 책장으로 꾸..

성경 왜곡의 역사

책이름 : 성경 왜곡의 역사지은이 : 바트 어만옮긴이 : 민경식펴낸곳 : 청림출판 미국 본문비평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의 책을 연이어 잡았다. 본문비평학은 수많은 사본들을 토대로 가장 오래된 본문 형태로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책을 복사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 번에 한 단어씩, 한 자 한 자 손으로 베끼는 것이었다. 신약성서에 있는 낱말의 수보다 이문異文의 수가 더 많은 정도였다. 본문비평은 ‘원본문’이 변개된 사본들을 연구하여 성서의 ‘원본문’을 재구성하려는 과학적 학문을 가리키는 전문용어였다. 『성경 왜곡의 역사』는 필사자들이 성서를 어떻게 변개시켰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씌여진 책이었다. 서론 「잃어버린 원..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책이름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지은이 : 김기찬·황인숙펴낸곳 : 샘터 군립도서관 홈페이지의 ‘작은도서관’ 검색창에 시인 ‘황인숙’을 때렸다. 시집을 뒤로 물리고, 포토에세이를 대여목록에 올렸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은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에, 시인 황인숙의 글을 엮은 사진집이었다. 각 장마다 30컷씩, 5개의 장에 나뉘어 모두 150컷의 사진들이 실렸다. 5개의 장은 '꽃과 동물', '사람들', '지붕과 기와', '담장과 벽', '그늘과 적막'. 나에게 낯선 이미지였다. 책은 앞서 잡았던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과 같이 사진과 문학의 만남이었다. 두 사진에세이의 차이점은 흑백과 컬러 사진이었다.책을 열면 먼저 두 편의 ∥작가의 말∥이다. 사진가는 「좁지만 넓고 깊은 골목의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