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가 소설을 지나 대설로 향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소설 아침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입니다. 순무와 돌산갓과 무가 심겨진 두둑은 수확을 마쳐 맨 땅을 드러냈습니다. 추위에 약한 무 한 두둑은 가빠를 덮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무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 터집니다. 부직포가 덮힌 두 두둑에 마늘이 심겼습니다. 배추도 한 두둑은 뽑혔고, 부직포를 씌운 한 두둑이 영하의 날씨에 방치되었습니다. 배추는 영하 8도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고춧대가 밤새 얼었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물에 데친 것처럼 볼품이 없습니다. 검정비닐이 깔린 두둑은 양파가 심겼습니다.
김장은 입동전후가 안성맞춤입니다. 김장 담그는 날을 입동이 낀 주말로 잡았습니다. 작은형이 다니는 인천 도금공장의 이사와 큰 조카 결혼이 연이어 주말에 잡혔습니다. 올 김장은 11월 마지막 주말로 밀렸습니다. 대빈창 그물 놓은 집에 중하 생새우를 부탁했습니다. 날이 점차 사나워졌습니다. 진눈깨비가 오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첫눈이 내렸습니다. 무와 배추가 얼지 않도록 궁여지책으로 단도리를 했습니다. 나는 김장을 담그자고 서둘렀습니다. 어머니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형이 김치통을 가져와야 김장을 담가 가져갈 수 있지”
누이의 기일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누이의 공백이 드러난 올해 김장 담그기였습니다. 어머니가 성치 않으신 몸으로 텃밭의 무와 배추를 다듬어 김장 준비를 하셨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무청과 윗부분이 언 무를 다듬어 창고에 들였습니다. 무름병이 번져 김장용으로 쓸만한 배추 포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몇 포기의 배추나마 다듬어 속을 갈무리하셨습니다. 찬바람을 쐬며 무리를 하셨는지 어머니가 탈이 나셨습니다. 체하신 어머니를 뒷집 형수가 응급조치로 바늘로 손톱 밑을 땄습니다. 섬의 가정상비약인 가스활명수마저 토하신 어머니가 몸져누우셨습니다. 섬에 터잡은 지 10년 가장 애를 먹인 김장이었습니다. 내년부터 무와 배추를 한 두둑으로 줄여야겠습니다. 순무와 돌산갓을 반 두둑에 나누어 심어야겠습니다. 물때가 조금입니다. 말통으로 바닷물을 떠와 반을 가른 배추를 절였습니다. 옆집 형수가 김장을 하고 남은 속을 다라로 얻어왔습니다. 감나무집 형수가 자기집 텃밭에서 배추 30포기를 날라 우리집 수돗가에 쌓았습니다. 배추 속을 넣는 작은형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어머니의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습니다. 정유년 김장 담그기를 어렵게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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