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백로白露에서 추분秋分으로 가는 텃밭

대빈창 2017. 9. 14. 07:00

 

 

절기는 백로에서 추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오랜 경험의 산물인 농사달력 절기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침에 밖을 내다보면 이슬이 펑하게 내렸습니다. 말복이 지나 파종한 김장채소가 무성해졌습니다. 이미지의 오른 위 상단의 감나무가 열매를 처음 아주 많이 매달았습니다. 작은형이 지난겨울 진돌이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잔뜩 주었습니다. 밭 경계 둔덕의 콩도 울울합니다. 첫 두둑은 무입니다. 작은형이 솎은 어린 무를 어머니께서 김치 담그시느라 그늘에 앉아 손질하고 계십니다. 둘째 두둑은 3등분하여 무, 순무, 돌산갓을 파종했습니다. 병원생활하면서 고들빼기, 갓 김치를 탐하는 나를 눈여겨보던 작은형이 종자를 구했습니다. 돌산갓이 의외로 잘 자랐습니다. 두둑 옆에 지주대가 세워진 작물은 땅콩입니다. 무 두둑을 침범하는 땅콩의 줄기를 막는 방책입니다. 옆집 형수가 키워 준 포트묘를 이식한 배추 두 두둑이 보기 좋습니다. 마을 할머니들이 지나치시며 한마디씩 거드십니다.

 

“누구네 김장배추야. 참 이쁘네.”

 

올 청양 고추는 작파했습니다. 50포기를 심었는데 바이러스가 번져 수확할 고추가 전무합니다. 고집을 버리고 이제 남들처럼 약을 뿌려야할지 고민입니다. 콩 두둑에 작은형이 등짐 분무기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작은형이 발 딛고 선 모서리에 쪽파가 심겨진 두둑에 어머니는 총각김치 무를 파종 하셨습니다. 텃밭농사 한 가지를 새로 배운 날입니다. 총각무는 배추나 무보다 근 이십여일 뒤에 파종합니다. 어머니는 올해 서리태를 많이 심으셨습니다. 작년 콩 농사는 노린재 피해로 밥밑콩도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마음에 두셨습니다. 석축 위 아래 보리와 도라지를 수확한 두둑에 콩잎이 무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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