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정유년 청명 무렵 텃밭입니다. 오른쪽 짚 깔린 두 두둑은 마늘입니다. 세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두 두둑은 비었고, 한 두둑은 완두콩을 심었습니다. 푸른 싹이 올라오면 부직포를 걷어야겠지요. 검정 비닐을 덮은 폭 좁은 두둑은 한 달 전 어머니가 감자를 넣으셨습니다. 가장자리 쪽파가 심겨진 두둑은 청양고추를 심을 계획입니다. 올해 양파 두둑은 비닐을 피복하지 않았습니다. 유기농법을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감나무집 형수가 지나가며 한마디 조언을 하십니다.
“양파는 비닐을 덮어야 물기가 축축해 다마가 굵어져요.”
양파의 생육이 부실합니다. 4월 첫날이 주말이었습니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찾아 남도길 여정에 오르며 작은형께 텃밭 경운을 부탁했습니다. 동력용 농기계가 없는 우리집 텃밭은 삽으로 두둑을 일굽니다. 작은 형 혼자 이틀 동안 애를 쓰셨습니다. 폭우에 흙의 유실을 막는 방책으로 두둑마다 부직포를 덮었습니다. 식목일이자 청명에 29mm 봄비가 내렸습니다. 겨울 가뭄에 시달렸던 월동작물 마늘, 양파에게 말그대로 단비였습니다. 비가 그치자 안개군단이 연일 섬을 점령하고 물러가지 않습니다. 마늘과 양파의 촉이 싱그럽습니다. 작년 고추 농사는 바이러스와 탄저병으로 폐농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두 식구지만 농약을 칠 수는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두둑을 옮겨 고추 묘를 심을 작정입니다. 밭에 흔하던 냉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내 기러기가 극성이었습니다. 다랑구지 들녘의 떨어진 알곡이 부족해지자 녀석들은 안마당 텃밭과 하우스 안까지 진출했습니다.
작은 형은 혼자 삽으로 텃밭을 일구며 빙긋 웃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년에 작은 형은 거처를 섬으로 옮길 작정이십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환갑이 되가는 지금까지 작은 형은 40년을 한 직장에 몸을 담았습니다. 인천 석바위 도금공장단지. 이 땅에서 노동강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3D 업종의 하나입니다. 하나뿐인 조카가 내년 대학을 졸업합니다. 나는 형께 부탁했습니다.
“형 먼저 떠난 누이를 보세요. 앞으로 살아야 얼마를 더 살겠어요. 형 좋아하는 조개·소라·바우재 잡으면서 남은 인생 보내세요. 저와 어머니 모시고 오순도순 재밌게 살아요.”
남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시는 순하고 여린 성격의 작은 형이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엊그제 작은 형의 들뜬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 왔습니다.
“사장한테 얘기했다. 내년 2월로 그만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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