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한가위 연휴는 5일이나 됩니다. 더욱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양력으로 9월 15일이 추석입니다. 정확히 양력이 음력보다 한 달 앞서 갑니다. 올 추석은 이릅니다. 추분보다 앞서 한가위가 왔습니다. 이미지는 한가위 아침 텃밭의 김장채소 두둑을 담았습니다. 다섯 두둑을 꾸민 지 정확히 20일째입니다. 오른쪽 두 두둑은 무와 순무입니다. 무가 1과 1/2 두둑이고, 순무는 반 두둑입니다. 가운데 두 두둑은 배추입니다. 왼쪽 한 두둑은 쪽파입니다. 나는 한 달 전 여명이 터오는 이른 시각 닭똥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두 시간을 사전정지 작업했습니다. 두둑을 이르고, 토양살충제를 살포하고, 폭우에 대비해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몸이 아픈 누이까지 나서 김장채소를 파종·이식 했습니다. 누이가 쪽파를 심고, 꼼꼼한 작은 형이 잘디 잔 무와 순무 씨를 파종했습니다. 덜렁덜렁한 나는 피복 비닐을 씌운 두둑에 플라스틱 파이프로 일정한 간격의 구멍을 뚫었습니다. 쪽파를 이식하고 무와 순무를 파종한 3일후 농협에 신청한 배추 포트 묘가 왔습니다. 포트는 105공으로 6,500원입니다. 섬은 8월 내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한 달 강우량이 고작 0.7mm이었습니다. 살갗을 찌르는 것 같은 강렬한 햇살에 이식한 배추 묘가 몸살을 앓습니다. 낮 동안 축 처졌다가 기온이 내려가는 밤이 돼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나흘 전 새벽 벼락과 천둥을 동반한 7mm 소나기가 퍼부었습니다. 채소에게 단비를 넘어 금비였습니다. 흙내를 맡은 배추와 무와 쪽파는 비 맛을 보고 이미지처럼 푸르게 몸을 키웠습니다. 한가위 연휴가 지나면 어머니는 무를 솎으며 북주기를 하시겠지요. 누이는 항암치료를 받으려 병원에 올라가 올 추석에 섬을 찾지 못했습니다. 텃밭의 채소처럼 누이가 싱싱한 푸르름을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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