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사월의 마지막 날 작은 형이 아침 배로 섬에 들어왔습니다. 배에서 내리는 형 손에 작은 통하나 들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양념 갈치속젓입니다. 어머니와 이틀을 병원에서 지내고 묘를 구해 섬에 들어왔습니다. 고추묘는 아는 동생의 농장에서 생산한 묘를 얻었습니다. 청양고추 50포기, 오이고추 15포기입니다. 동생은 덤으로 가지도 4포기를 얹어 주었습니다. 읍내 종묘상에서 오이 10포기, 마디호박 2포기를 샀습니다. 바람타지 않게 창고에 묘를 들이고, 저녁마다 조루로 물을 뿌렸습니다. 5일이 지나 묘는 흙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상청은 적은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섬은 비를 바람으로 바꾸었습니다. 고추묘가 세찬 바람에 휘청거립니다. 고추 뿌리가 활착하려면 주접을 떨 것이 분명합니다. 작은 형은 묘를 심고 바로 지주대를 꽂고 줄을 매었습니다. 청양고추 50포기가 한 두둑에 두 줄로 심겼습니다. 꼼꼼한 작은 형의 성격이 묻어납니다. 덜렁덜렁한 나는 땅콩을 놓고 부직포를 덮습니다. 병원침대에 누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 깊이만큼 땅을 헤집어 축축하면 눈이 위로 오게 두 알을 놓아라.”
일이 여간 더딘 것이 아닙니다. 그때 아랫집 할머니가 올라오셨습니다. 할머니는 호미로 땅을 파 두 알을 던져 넣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못자리의 볍씨처럼 종자가 알아서 돌아앉는구나. 나는 할머니를 따라 호미를 손에 쥐었습니다. 일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어머니는 7년 전 섬에 들어오셔서 땅콩을 알았지만 할머니는 평생 땅콩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할머니의 노하우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일이 서툰 형제가 못미더운지 할머니는 텃밭의 잡초를 매셨습니다. 가드레일 빈터에 몇 포기 묵은 보리가 눈에 뜨입니다. 땅콩을 심으려 호미를 놀리자 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거기는 할머니가 검정콩을 심으려 하실 텐데.”
매년 그 자리에 어머니는 서리태를 넣으셨습니다. 어머니가 퇴원하시고 걸음을 옮기시려면 콩 파종 시기를 놓칩니다. 어머니는 밭 언저리 빈 곳 모두 땅콩을 넣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덤벙덤벙 신이 나서 굳은 땅을 호미로 파헤칩니다. 마당밭에 가지와 오이고추를 심었습니다. 작은 형은 완두콩에 지주대를 꽂습니다. 형제는 늦은 밥상머리에 앉았습니다. 오월 첫날 아침 작은형은 호박과 오이묘를 심습니다. 오후 2시배. 작은 형은 인천집으로 향하고 나는 어머니가 계신 병원을 향해 엑셀레이터를 밟습니다. 형제는 같은 생각을 하며 입가에 웃음을 짖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오시면 텃밭을 보고 무슨 말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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