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텃밭을 일구다.

대빈창 2016. 3. 21. 06:44

 

 

오전 10시 50분. 물이 빠져 아래 선창입니다. 9시 10분 외포리발 삼보12호가 들어섭니다. 날 풀린 주말이라 그런지 차량과 승객이 제법 많습니다. 한 떼의 배낭족들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물량장으로 내딛습니다. 그들은 대빈창 해변 솔밭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섬을 떠날 것입니다. 설을 새고 작은 형이, 김장을 담근 후 누이동생이 오랜만에 섬을 찾았습니다. 휴일은 절기로 춘분입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11시 반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여, 새로 2시 반에 일을 마쳤습니다. 안 쓰던 근육을 놀렸는지 허리가 뻐근합니다. 네 두둑과 쪽파가 심긴 두둑의 3/4를 삽으로 일렀습니다. 쇠스랑으로 흙덩이를 부수고, 고랑을 삽으로 쳐올려 두둑을 말끔하게 단장합니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검은 비닐을 피복한 두둑은 청양고추 포트묘를 심을 것입니다. 작은 형이 고랑을 다듬고 있습니다. 쪽파가 심긴 두둑의 빈터에 시금치, 고수, 상추를 파종했습니다. 적치마 상추와 잎의 모양이 참나무잎(oak) 모양의 결각이 있는 잎상추 두 가지 씨앗을 뿌렸습니다. 다른 집보다 한 달 정도 빠릅니다. 어머니께서 일손있는 틈을 타 파종을 서두르셨습니다. 막내아들 혼자 텃밭농사를 짓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짚이 깔린 마늘 두둑과 감자를 심을 검은 비닐이 피복된 두둑 사이의 빈 두둑에 완두콩을 심었습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텃밭 한 두둑은 완두콩 차지였습니다. 수십 년을 한결 같이 어머니가 자가채종하신 토종씨앗입니다. 흰비닐이 피복된 두 두둑은 땅콩 차지입니다. 오늘 일군 4와 3/4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이미지에서 보듯 우리 텃밭은 아랫집과 고도 차이가 큽니다. 큰비라도 오면 우리 텃밭의 표토는 빗물에 쓸려 떠내려갑니다. 궁여지책으로 이랑마다 부직포를 덮습니다.

몸이 아프신 어머니와 누이는 쪽파로 파김치를 담갔습니다. 5개월 여 만에 섬을 찾은 누이는 바구니를 들고 묵정밭으로 나섰습니다. 삼겹살을 싸먹을 냉이, 민들레를 캤습니다. 집안에 사람들이 들끓자 진돌이도 신이 나서 언덕을 오르는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마구 짖어댑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어르신들 말씀처럼 “이제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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