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양파는 달다.

대빈창 2016. 6. 22. 05:48

 

 

어머니가 깔방석에 앉아 양파를 다듬고 계십니다. 다행입니다. 온전치 못하시지만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먼동이 터 옵니다. 밥을 안쳤습니다. 산책을 미루고 텃밭에 내려섭니다. 목장갑을 끼고 헌 신발을 꿰찹니다. 비닐구멍이 불쑥 솟았습니다. 양파 한 알이 주먹만 합니다. 반시간 만에 양파를 다 캤습니다. 아침을 먹고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오니 어머니는 가위로 양파의 줄기와 뿌리를 다듬고 계셨습니다. 주문도에 살터를 꾸린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양파다운 농사를 지었습니다. 장마전선이 남부까지 올라왔습니다. 창고 바닥에 그물깔개를 폅니다. 삼태기도 준비합니다. 빗방울이 돋으면 지체 없이 두둑에 널린 양파를 창고에 들여야 합니다. 하늘이 많이 찌푸렸습니다.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 리뷰에서 나는 인경(비늘줄기)로 번식하는 작물 5가지를 자가 채종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파, 마늘, 부추, 양파, 쪽파였습니다. 직접 채종과 번식은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시자 염려가 잦아 들었습니다. 양파는 종묘상에서 포트묘를 구입해 정식합니다. 양파는 꽃을 보기 힘든 작물입니다. 명주실같이 가는 어린 묘를 사다 심었는데 탐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이웃집은 양파 씨를 사다 육묘하고 이식합니다. 한 두둑 건너 마늘 두 두둑도 줄기가 누렇습니다. 돌아오는 휴일 작은 형이 섬을 찾으면 마늘을 뽑아야겠습니다.

나의 텃밭 양파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체 치지 않습니다. 유기농법입니다. 어머니가 호미로 제초하십니다. 구근이 밸 무렵 유박퇴비를 손에 집히는 대로 뿌렸습니다. 텃밭의 해충방제는 참새 몫입니다. 참새 수십 마리가 텃밭에서 종종걸음을 칩니다. 녀석들 부리에 연두색 애벌레가 물렸습니다. 텃밭 주변에 자리 잡은 감나무, 모과나무, 매실나무, 대추나무에 녀석들은 떼로 앉아 쉽니다. 일제히 포복하듯 텃밭에 내려앉았습니다. 이른 새벽 녀석들의 짹 짹!!! 거리는 소란에 눈을 뜹니다. 우리 집은 신혼 참새들의 아파트입니다.

그물망에 담긴 포장 양파는 크기가 균일하고 겉껍질이 황금색으로 보기 좋습니다. 단단하여 칼질에 애를 먹습니다. 싹트는 것을 막고 오래 저장하기 위해 약품처리한 것이 분명합니다. 직접 키운 양파는 맛이 달디 답니다. 양파 하나를 썰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합니다. 식초 몇 방울 떨구고 고추장에 찍어 먹는 양파가 그렇게 달 수 없습니다. 밥 한 공기가 뚝딱입니다. 양파의 맛은 매운 맛이 아니라 단맛 입니다. 어머니가 그물망에 양파를 가득 담아 따로 젖혀놓습니다. 병원신세를 지는 동안 텃밭 김매기를 해 주신 아랫집 할머니 몫입니다. 올해 양파는 대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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