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마늘·양파 두둑의 부직포를 벗겼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지 두 달 보름만입니다. 이미지에서 보듯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섬에 삶터를 꾸린 지 7년 만에 양파 두둑에 한겨울 부직포를 피복했습니다. 작년 양파농사는 추위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했습니다. 할 수없이 읍내 종묘상에서 묶음 양파를 사다 양파 두둑에 새로 이식했습니다. 한여름 양파를 수확하자 구근이 턱없이 작았습니다. 저장성이 떨어져 쉽게 썩어 문드러집니다. 저도 살길을 찾아 애쓰는 지 싹이 빨리 나와 자랐습니다.
늦가을 월동작물 파종 시기입니다. 마늘은 여적 하던대로 종구를 소독하여 묻고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양파도 포트묘를 이식하고 처음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감나무집 형수는 새 부직포를 안까워하며 양파의 겨우내 성장을 우려했습니다. 윗집 형수는 우리집을 따라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부직포를 벗기자 양파의 잎줄기가 억세고 탐스럽습니다. 반투명 얇은 부직포 한 장이 겨우내 찬 바닷바람을 막아주었습니다. 부직포는 보이지않은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공기가 통합니다. 밤중의 찬 공기가 부직포에 서리로 내려앉고, 해가 뜨며 녹아서 양파에 수분을 공급해주었습니다. 올 겨울도 작년 겨울 못지않은 가뭄이었습니다. 덮개 부직포가 양파에 수분을 공급해 주었습니다.
토양살충제와 복합비료를 흩뿌렸습니다. 살충제는 쓰다 남은 한 봉의 3/4 분량을 마늘 두 두둑, 쪽파 반 두둑, 양파 한 두둑에 나누어 뿌렸습니다. 복합비료는 딸기포장용 플라스틱 그릇으로 4그릇을 뿌렸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어깨너머 눈동냥하고, 자라면서 제법 농사꾼으로 5년을 일하다보니 몸에 밴 일입니다. 농사는 없는 것을 찾거나 아쉬워하면 일에 진척이 없습니다. 바다에 나간 어부가 새로 산 그물을 배에 싣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고 구멍 숭숭난 그물로 고기를 잡는 마음과 매한가지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항상 남 탓 또는 도구나 시간 그리고 여건을 탓합니다. 진짜 농사꾼은 자신이 처해있는 여건을 최대한 이용하여 작물을 키웁니다. 묵은 비료와 토양살충제를 요령껏 분량대로 두둑에 골고루 뿌렸습니다. 노련한 농사꾼이 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합니다. 어부가 헌 그물로 대물을 잡은 기분이었습니다. 봉지의 알림글 평당 몇 kg 시용은 시골의 농부에게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몸에 밴 동작으로 약재와 비료를 골고루 뿌릴 수 있는 자연스런 손 움직임이 일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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