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김장밭을 부치다.

대빈창 2015. 8. 10. 05:49

 

 

새벽기도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 뒤척거리다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대기의 푸른빛이 점차 엷어지고 있었습니다. 창고에 쌓여있던 퇴비유기물을 텃밭 두둑마다 두 포씩 져 날랐습니다. 다섯 두둑에 열 포와 토양살충제 한 봉을 고루 뿌렸습니다. 작은 형과 누이도 뒤따라 밭으로 들어섰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텃밭이 내려다보이는 창고 지붕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봄에 파종한 땅콩 두 두둑과 참깨 한 두둑이 알차게 여물고 있습니다. 작은 형과 나는 다섯 두둑을 삽으로 일렀습니다. 누이는 쇠스랑으로 덩어리 흙을 깼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참깨와 땅콩 사이 빈 두둑의 고랑에 흘러내린 흙을 작은 형이 삽으로 걷어 올리고 있습니다. 누이가 서있는 두둑의 흙살이 곱습니다. 지금은 두둑위에 흰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불시에 쏟아지는 소나기에 밭 흙이 패이는 것을 방지하고, 세찬 바람과 강렬한 햇살에 밭 흙이 마르는 것을 막는 방책입니다. 땅콩과 참깨 사이 두둑은 쪽파 종구를 심고, 나란한 네 두둑의 어머니 앞 두 두둑은 포트 배추 묘를 이식하고, 누이가 서있는 두 두둑에 무, 알타리, 순무를 파종할 참입니다. 배추가 심겨질 두둑은 부직포를 덮기 전 비닐을 피복했습니다. 한 달 전 캐 햇살에 말린 쪽파 종구가 그물망에 담겨 바람벽에 매달렸습니다. 포트 배추 묘와 무 종자는 작은 형이 돌아오는 주말에 읍에서 사 섬에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먼동이 트기 전 시작한 텃밭 일구는 작업을 끝내니 7시. 식구들은 함께 늦은 조반을 먹었습니다. 수분이 가득한 대기는 들숨을 따라 몸 안에 들어와 온 몸이 푹 젖어 들었습니다. 요즘 농사일은 해뜨기 전이나 해가 떨어지고 나서 서너시간 몸을 놀릴 수 있습니다. 고작 두 시간의 밭일로 반바지와 셔츠가 땀으로 흥건합니다. 돌아오는 주말. 성격이 꼼꼼한 작은 형은 무, 알타이, 순무의 잔씨를 파종할 것이고, 나는 플라스틱 파이프로 피복한 비닐에 구멍을 내어, 포트 배추 72공 두 판을 이식할 것이고, 누이는 쪽파 종구를 심을 것입니다. 올해 쪽파는 예년보다 양이 많습니다. 삼남매는 어머니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한 두둑 가득 쪽파를 심어, 내년 봄 시원한 파김치를 욕심껏 담그실 생각이십니다.

 

“고추도 거두어 줄 사람이 없다고, 모두 병에 걸렸구나. 쟤네들도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구나.”

 

지팡이에 의지해 몸을 가누면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주문도에 터를 잡고 텃밭에 고추를 키운 이래 탄저병이 돌아 처음 고추농사를 망쳤습니다. 우리 집은 병충해에 강한 청양고추를 매년 50포기씩 심었습니다. 농약 한번 안 쳐도 고추는 풍성한 가을을 안겨주었습니다. 고추 폐농의 원인을 저는 어머니의 병원입원과 연결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작물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든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사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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