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신묘년辛卯年 하지夏至의 텃밭

대빈창 2011. 6. 27. 04:38

 

 

하지 전날 아침 식전에 찍은 텃밭 전경입니다. 밭에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랑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랑은 두둑과 고랑으로 형성됩니다. 작물이 심겨지는 두둑과 물을 빼고 대는 고랑 한 조가 이랑인 것 입니다. 심겨 진 작물은 오른편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흰 비닐이 깔린 두 두둑을  차지한 것은 땅콩입니다. 땅콩은 모래밭이 제격입니다. 저희 밭은 메마른 진흙이라 수분 보존과 가을걷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땅콩용 비닐을 깔았습니다. 줄기와 잎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줄기를 잡아 당깁니다. 땅콩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비닐을 깔지 않으면 땅이 딱딱하게 굳어 흙속의 땅콩을 일일이 삽으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옆 지주대가 꽂힌 두둑은 완두콩입니다. 23일 비가 잠깐 그친 짬에 어머니와 이웃사촌 형수와 아랫집 할머니의 도움으로 걷어 들였습니다. 자잘하게 흰꽃이 만발한 것은 고수입니다. 두둑 모퉁이에는 배추를 심었는데, 벌레가 달겨들어 잎사귀가 그물처럼 구멍이 뻥뻥! 둟렸습니다. 네번째 두둑은 직립형 강낭콩입니다. 또다른 넝쿨형 강낭콩은 넝쿨손이 잡을 담벼락이나 지지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옆 두 두둑은 마늘입니다. 모퉁이에는 쫑마늘을 심었습니다. 2년차는 두쪽마늘, 3년이 되면 육쪽마늘이 됩니다. 옆 두둑의 쓰러진 작물은 양파입니다. 수확 시기를 알려주는 징표입니다. 주먹만한 양파들이 탐스럽습니다. 참! 마늘과 양파는 월동작물입니다. 작년 겨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마늘은 종자를, 양파는 5일장에서 묘를 사다 심었습니다. 그옆 구멍 뚫린 검정 비닐이 깔린 두둑에는 엊그제 어머니가 참깨씨를 뿌렸습니다.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시고 남은 지끄레기 열무를 뽑고 계십니다. 열무가 심긴 두둑 모퉁이에 생강이 심겨져 있습니다. 생강의 성장은 무척 더딥니다. 두달 전에 씨생강을 묻었는데, 이제야 흙위로 댓잎같은 싹이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어머니 뒤쪽으로 올해 처음 심은 야콘이 보입니다. 그리고 석축 밑에는 2년차 도라지와 강낭콩입니다. 석축위 가드레일 안쪽의 누르스름한 작물은 보리입니다. 25일 아침 비가 그친 틈을 타 어머니와 보리를 베었습니다. 어머니는 엿기름을 내 고추장을 담그실 것 입니다. 

어르신네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는 보리 숨 끊어지는 날'이라고. 장마전선이 북상하기 전에 수확을 마쳤어야 했습니다. 물에 불어 싹이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보리이삭을 갈무리 해서 창고 바닥에 펴 널었습니다. 저희 텃밭은 종자 창고 입니다. 며칠 전에는 순무씨를 갈무리했습니다. 초봄에 싹 난 순무를 자투리 땅에 묻고 투명 비닐을 씌웠습니다. 날이 따듯해져 비닐을 벗기자 장다리를 삐죽 키우더니, 벌과 나비가 날아 들었습니다. 채마밭을 일굴 때 뿌리면 김장용 순무가 됩니다. 어머니는 텃밭에서 사십니다. 그러기에 잡초가 돋아 날 틈이 없습니다. 작은 섬 주문도에 이사 오셔서 어머니는 새로운 작물 몇 가지를 새로 심으셨습니다. 땅콩, 양파, 야콘, 생강 등. 마늘과 양파를 수확한 두둑에는 김장용 무와 배추 씨를 파종 합니다. 참 ! 어머니는 요즘 자투리 땅마다 서리태 콩을 파종 합니다. 밥에 앉혀 먹는 콩 입니다. 서리가 내리고도 한참 지나서 수확한다는데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맛있는 콩 입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배울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40여평 되는 텃밭에 심겨지는 작물이 수십가지 입니다. 그리고 심는 시기와 수확하는 시기, 심겨진 작물의 틈새을 이용하는 혼작. 차례대로 이어지는 연작.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은 맨 땅을 드낼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밭작물의 살아계신 백과사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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