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김장을 담그다.

대빈창 2015. 11. 16. 07:00

 

 

뒷울안을 돌아나오는 어머니의 눈가가 물기로 흥건했습니다. 주말 누이가 오후배로 섬을 떠났습니다. 전날 매제가 포터를 끌고 섬에 들어왔습니다. 적재함에 작은형과 누이네 김장김치가 가득 들어찼습니다. 인천 사는 작은형은 휴일 김포 누이 집을 둘러 자기 몫의 김장김치를 찾아 가겠지요. 어머니가 섬에 들어오시고 입동 주간의 연례행사로 올해가 7년째입니다. 8일 입동 다음날부터 누이는 5일간 세 집 김장을 담느라 몸살까지 얻었습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시자, 누이는 올 김장을 50포기로 대폭 줄였습니다. 어머니가 달포 전부터 김장에 들어 갈 마늘과 생강을 미리 손질하셨기에 이마저 가능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김장 첫날의 텃밭 모습입니다. 무와 순무 일부만 걷어 들였습니다. 지금 배추는 반 두둑만 남았고, 무 두둑은 순무 몇 포기만 서있습니다. 쪽파는 반 두둑이 여적 그대로입니다. 무청은 오이 지주대에 걸쳤습니다. 날 잡아 뒷울안 처마에 매달아 시래기로 말릴 것입니다. 따사로운 날을 잡아 어머니는 반 두둑 배추를 겉절이로 담그시겠지요. 쪽파는 겨울을 그냥 날 것입니다. 가난했던 시절 텃밭의 겨울 쪽파는 개구쟁이들 손에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짚불에 구워먹는 쪽파는 맵고 알싸한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불편하신 몸으로 쪽파와 대파를 다듬었습니다. 논을 도지하는 아저씨가 비료포대 가득 대파를 건네주셨습니다. 누이는 무를 채 썰어 배추 속을 만들고, 양념채소와 고춧가루와 중하를 버무렸습니다. 어머니와 누이가 마루에 비닐돗자리를 깔고 배추속을 채웠습니다. 제 일은 중하를 수소문하고, 텃밭에서 마당으로 배추와 무를 옮기는 단순노동이 고작입니다. 노가다 판으로 말하면 데모도입니다. 올해는 천일염을 탄 물에 배추를 담갔습니다. 조금 때 말통에 맑은 바닷물을 떠오는 제 일을 잊었습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는 섬의 김장방법은 할 수없이 내년으로 미루었습니다.

새우젓이 금값입니다. 우리 집은 대빈창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중하 6kg를 운 좋게 손에 넣었습니다. 김장에 쓸 중하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바다의 그물을 뒤져봤자 새우가 2 ~ 3kg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배를 부리시는 이장님은 기름 값도 안 나온다고 투덜거리십니다. 가뭄은 뭍이나 바다나 흉년을 몰고 왔습니다. 이제 텃밭의 주인은 마늘과 양파입니다. 이미지의 흰 부직포로 덮인 두 둑이 마늘 이랑입니다. 한 두둑 건너뛰어 검은 비닐로 피복된 두둑에 양파가 심겼습니다. 계절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작물이 자랄 시기 그렇게 비를 아끼던 하늘이 날이 차지자, 하루가 멀다하고 울상입니다. 양파가 때 아닌 빗줄기에 키를 늘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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