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우다.

대빈창 2015. 12. 3. 00:50

 

 

절기는 소설에서 대설로 향합니다. 농부들의 원망을 샀던 하늘이 때 아닌 요즘 물기를 자주 내 보입니다. 눈이 와야 할 시기에 찬 겨울비만 연일 줄금 거렸습니다.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영락없이 싸라기눈이 내렸습니다. 텃밭의 월동채소가 네 두둑을 차지했습니다. 썬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운 마늘 두 두둑과 쪽파 반 두둑. 그리고 올해 처음 부직포를 씌운 양파 한 두둑입니다. 어머니가 섬으로 들어오시던 다음해 씨 마늘을 유명한 망월마늘로 구입했습니다. 어머니의 잔손길이 묻은 마늘농사를 7년째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마늘 종구는 진즉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쪽파는 찬 계절을 맨 몸으로 이겨낼 것입니다. 올 대파는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작파했습니다. 귀하디귀한 김장에 넣을 중하를 주신 대빈창 아주머니가 밭에서 대파를 뽑아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정성껏 손질하여 비료포대에 예쁘게 담아 봉당에 간수하였습니다. 겨우내 국거리에 들어갈 대파 양념은 충분합니다.

 

“아깝게 새 걸로 씌웠네요. 쓰던 것도 많은데. 괜찮을까요?”

 

언덕길을 내려오던 감나무집 형수가 두둑에 부직포를 씌우는 광경에 말을 건넵니다. 부직포는 벼농사를 짓는 집집마다 흔합니다. 묵은 못자리용 부직포가 창고마다 쌓였습니다. 형수는 일부러 돈 주고 새 부직포를 씌우는 짓이 못마땅한지 모르겠습니다. 섬사람들의 몸에 밴 근검절약입니다. 이웃에게 헌 부직포를 달라는 소리가 계면쩍었습니다. 뭍에 나가 포토 양파를 구입하면서 읍내 영농자재센터에 들러 부직포도 샀습니다. 105공 두 판을 양파 한 두둑에 심었습니다. 양파가 모자를 줄 알았는데 한 포토 구멍에 두세 개 씩 잘디 잔 양파 씨앗이 떨어져 포기수가 남습니다. 작년 양파 농사는 폐농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워낙 가물어 양파 알도 굵지 않은데다 말라 죽은 것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올해 마늘 두둑처럼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부직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물과 공기를 통과시켜 그다지 염려는 없습니다. 섬 양파 재배 방식은  노지 그대로 찬 겨울을 납니다. 내년 따뜻한 봄이 돌아와 부직포를 걷었을 때 양파가 온전히 자라 주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텃밭을 부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을 일구다.  (0) 2016.03.21
부직포를 벗기다.  (0) 2016.03.18
김장을 담그다.  (0) 2015.11.16
김장밭을 부치다.  (0) 2015.08.10
신묘년辛卯年 대설大雪의 텃밭  (0) 201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