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욕조에 쏟아지는 세찬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메모노트를 긁적였다. 어제밤 전주역. 광장너머 다운타운의 네온싸인만 명멸할 뿐 파랑새는 없었다. 아침 일찍 부안내소사 여정을 생각하고 시외버스터미널에 택시로 이동했다. 허기진 속을 채우려 터미널주변 식당을 찾았다. 한·중식 겸용식당. 난로가에서 중년여인 두명이 졸고 있었다. 잠이 덜깬 아주머니가 쟁반도 없이 맨손으로 짬뽕과 춘장, 단무지 종지를 들고왔다. 그들 모두 피곤해 보였다. 아니 눈에 뜨이는 모든 사물들이 피곤해 보였다. IMF시대 나만의 망막이상현상인가. 몸은 물먹은 솜뭉치처럼 무거웠고 머리는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럽다. 잠결에 누군가 나를 주시하는 것 같아 눈을 뜨면 어이없게 손전화 충전기의 노란램프였다. 3,000원을 무인 티켓자판기 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