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강화도와 서도 군도(群島)를 오가는 삼보12호는 볼음도, 아차도에 기항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문도 느리 선창에 여객을 부립니다. 주문도와 아차도가 마주보는 내해(內海)에 정박합니다. 배에서 내리면 뱃사람들이 어구를 손질하는 넓은 물량장이 선창에 잇대었습니다. 주문도 매표소·선양식당(1층 식당, 2층 민박)·여인숙 간판이 붙은 가정집·인천해안경비안전서 서도대행신고소·한 달 전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구멍가게. 길가 공터를 일군 텃밭·모퉁이 집·하얀쪽배 펜션이 야산 절개지에 등을 바싹 기댔습니다. 폭 좁은 아스팔트길이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바다에 접한 월파벽이 길을 따라 갑니다. 유두·백중사리 때 월파벽에 바닷물이 찰랑거립니다. “벼 알 여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르신네 말씀처럼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