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2

이젠 없는 것들 1

책이름 : 이젠 없는 것들 1지은이 : 김열규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책은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金烈圭, 1932 - 2013) 교수가 ‘글로 풀어낸 민속박물관’이었다. 1991년 정년을 6년 남겨두고 서강대 교수를 내려놓고, 인제대 교수를 받아들였다. 고향 경남 고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고향의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한 해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내며 왕성한 필력을 과시했다. 『이젠 없는 것들 1, 2』는 저자가 세상을 떠난 해에 출간되었다.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노학자는 열두 마당 백서른 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이젠 없어서 사무치도록 그리운 우리네 풍경과 정서들을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사진작가 이과용은 2년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103컷의 사진자료를 모아 현장감을 더..

겨울 감나무는 텃새들의 식량창고다

늙은 감나무가 모든 잎을 떨구고, 까치밥만 잔뜩 매달았습니다. 봉구지산 자락에서 최대한 줌인으로 잡은 이미지입니다. 서도교회가 감나무를 배경으로 바싹 다가섰습니다. 작년 겨울은 20년 만에 주문도 앞바다에 얼음이 날 정도로 추웠습니다. 감나무는 추위에 약한 과수 중의 하나입니다. 봉구지산을 등지고 바다를 앞마당으로 삼은 느리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감나무는 수령이 50살 정도 되었습니다. 쌓인 연륜만큼이나 슬기롭게 추위를 이겨내고 가지가 부러져라 홍시를 잔뜩 매달았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감나무는 겨울을 나면 고욤나무로 변합니다. 우스개 소리가 아닙니다. 개량종 감나무는 고욤나무 대목으로 접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접을 붙인 감이 달리는 줄기가 동해로 얼어 죽으면, 추위에 강한 고욤나무 대목에서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