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 남도를 여행하다 드넓은 양파밭을 보고 저는 놀랬습니다. 단순한 생각으로 파에 접두사 양(洋)이 붙어, 유럽이나 미국의 양념채소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는 양파가 귀했습니다. 먹을 것이 궁했던 어린 시절, 꽁꽁 언 땅에 묻힌 대파 뿌리를 캐 짚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도 양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오일장에서 머리에 이고 오신 10개들이 그물 포장에 담긴 양파가 기억의 전부입니다. 아버지는 물에 만 찬밥에, 네 쪽으로 쪼갠 양파를 고추장에 찍어 급하게 점심을 드시고 논으로 향하셨습니다. 십여 년 전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텃밭에 양파를 처음 심었습니다. 찬바람이 일면 마늘은 갈무리한 종구를, 양파는 읍내 종묘상의 양파모종을 구해 텃밭에 이식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