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 2

묵정밭의 양파

이십여 년 전 남도를 여행하다 드넓은 양파밭을 보고 저는 놀랬습니다. 단순한 생각으로 파에 접두사 양(洋)이 붙어, 유럽이나 미국의 양념채소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는 양파가 귀했습니다. 먹을 것이 궁했던 어린 시절, 꽁꽁 언 땅에 묻힌 대파 뿌리를 캐 짚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도 양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오일장에서 머리에 이고 오신 10개들이 그물 포장에 담긴 양파가 기억의 전부입니다. 아버지는 물에 만 찬밥에, 네 쪽으로 쪼갠 양파를 고추장에 찍어 급하게 점심을 드시고 논으로 향하셨습니다. 십여 년 전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텃밭에 양파를 처음 심었습니다. 찬바람이 일면 마늘은 갈무리한 종구를, 양파는 읍내 종묘상의 양파모종을 구해 텃밭에 이식했습니..

갓김치를 담그다.

김치냉장고의 대형 김치통에 가득 찼던 갓김치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김치를 담근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위 이미지는 청양고추 가루를 넣어 매콤하기가 그지없는 김치통에 막 담겨진 돌산갓김치입니다. 맛을 보려 위에 덮은 비닐을 걷어내고 두 포기를 꺼내 접시에 썰었습니다. 김치통의 가장자리에 말국이 배었습니다. 추석연휴 섬에 들어오신 작은 형이 서둘러 갓을 뽑았습니다. 말복이 지나 작은형과 나는 텃밭에 무씨를 파종하고 포트묘의 배추를 이식했습니다. 작은형이 돌산갓김치 종자를 구했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몸을 막 굴려 자주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밥에 싫증이 나면 전통시장을 찾아 갓과 고들빼기김치로 잃어버린 밥맛을 찾았습니다.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 작은형의 눈에 용케 갓김치 종자가 뜨였습니다. 돌산갓은 ..

텃밭을 부치다 201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