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 와!” 눈을 비비며 엄마에게 날씨부터 물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소풍가는 날이나, 운동회 날 아침이면 입에서 맨 먼저 나오던 말이었습니다. 설레임에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들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마루로 나왔습니다. 하늘은 어김없이 빗방울을 떨구거나 잔뜩 흐려 있었습니다. 찡그린 낯 색을 무겁게 드리웠던 하늘도 행사를 시작하면 이때다 싶게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질 때 용이 삽날에 찍혀 죽었대. 그래서 용이 노해서 학교에서 큰일을 치르려면 비를 내린다는 구나.” 이 땅의 흔한 상룡(傷龍), 절맥(節脈)에 얽힌 전설(傳說)입니다. 이 전설은 중학에 들어가 다시 만납니다. 국어 교재에 실린 김동리의 단편소설 ‘황토기’입니다. 작가의 고..